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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문화 풍경 ‘폴리’
2020년 04월 06일(월) 00:00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언제부터였을까. 광주의 미래를 상징할 아시아 문화전당 주변과 광주읍성의 흔적을 따라 도심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매일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남동 번화가 사거리 한가운데에는 오두막처럼 생긴 노란 철제 조형물이 서 있고, 정류장 근처에는 콘크리트 계단 모양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이렇게 생겨나기 시작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더니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모두 ‘광주폴리’라고 하는 광주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이다.

광주는 도심 공동화에 따른 활성화 방안으로 광주만의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명소가 필요는 판단에 따라 2011년 세계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 11명의 작품 어번폴리(Urban Folly)를 광주 도심에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폴리’(Folly)란 건물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장식적인 역할만을 하는 건축물로, 과거 유럽에서 저택의 정원에다 장식 목적의 조형물을 짓던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1980년대 버나드 츄미(Bernard Tshumi)가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Parc La Villette)을 디자인하면서 사용한 이후, 도시 속에 문화적 특성을 가지는 소규모 공공시설물이라는 의미로 건축계에서 통용되었다. 도시의 특별한 장소에 설치되는 이 작은 시설을 통해 도시에 문화적 활력을 진작시키기 위해 여러 도시에서 추진된 바 있다. 실용성이 배제된 채 장식만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효율성의 원리로 획일화된 도시 건물들 속에서 일시적인 일탈감과 해방감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폴리는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문화적 자극제로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주변의 낙후된 지역에 필요한 장치로서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일회성·단발성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집단적이고 연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데, 디자인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시작된 광주폴리 프로젝트였지만 나중엔 독립적인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더니 현재 광주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현재는 광주톨게이트에 관문형 폴리가 미디어아트 형태로 설치되고 있다.

광주폴리는 도시 안에서 단위 개체로 작동하기보다는 군집되어 하나의 패턴을 형성하며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도시 안의 폴리들은 지난 시간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도심 공동화를 경험하고 있는 광주의 구도심 지역에 강력한 문화적 힘을 전달하여 도시 재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도심의 문화 풍경을 형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활기를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0여 개에 달하는 폴리가 있다고 하니 길을 걷다가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폴리는 누군가에게 특정 장소를 설명할 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주기도 한다. 개성 있는 외형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만큼 그 위치와 특징도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이 통행만 방해하는 조형물이라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광주폴리의 쓸모는 바로 그 쓸모없음으로 인해 생겨난다. 버나드 츄미가 말했던 것처럼, 획일적인 도시 건물들 사이에서 폴리는 약간의 낭비이자 약간의 쓸모없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여유와 호기심을 환기시켜 준다. 우리의 일상은 폴리로 인해 만들어진 문화 풍경에 물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도시 광주를 대표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이고 10여 년간 지속된 광주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폴리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의 시민사회나 일부 문화계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폴리 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향후 일정 등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광주를 상징하는 대표 폴리로서 인기가 높은 작품도 있지만, 현재도 몇몇 폴리는 흉물스럽다거나 개방감을 해친다거나 등의 민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 당시에는 가치 있거나 현재·과거·미래의 상황을 반영했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세월의 흔적이나 시간의 때 혹은 변화에 대한 바람 등 다양한 이유나 목적으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폐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 그곳에서 도심 활성화, 문화 영향력 등과 같은 기존에 했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폐기보다는 이동에 힘을 싣고 싶다. 위치는 현재 원효사 이전 부지 인근이나, 공공 시설물 이전 부지, 그리고 지자체가 원하는 곳에 조성하여 폴리의 생을 더 이어가게 했으면 한다. 아름다운 광주의 문화 풍경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