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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상징성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한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색의 인묵학
2020년 04월 03일(금) 00:00
“색에 대한 취향은 매우 더디게 바뀝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파랑은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파랑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또 파랑은 여론조사에서 가장 덜 미움을 받는 색입니다. 공격적이지도 않고 어떤 것도 위반하는 일이 없으므로 안정감을 주며 사람을 결집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제연합, 유네스코, 유럽의회, 유럽연합 같은 국제기구들도 이런 이유에서 파랑을 상징색으로 선택했을 것입니다.”(본문중에서)



우리는 매순간 순간 색을 접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무수히 많은 색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색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우리의 색에 대한 무관심과는 달리, 색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색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색에 품고 있는 사회 규범과, 금기, 편견 등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어 우리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태도, 언어와 상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색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묶은 책이 발간됐다. 서양 상징사의 대가 미셸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색의 인문학’은 색에 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색채 분야 국제적 전문가인 미셸 파스투로와 저널리스트인 도미니크 시모네의 대담으로 구성돼 있으며, 색에 대한 모든 것을 망라한다.

미셸 파스투로는 인간은 파랑, 빨강, 하양, 초록, 노랑, 검정의 여섯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체계속에서 산다고 본다.

먼저 그는 파랑을 언급한다. 현대인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원래 청색은 프랑스 3공화국에선 우파를 상징했으며 1차 대전 이후에는 보수파 색으로 변했다. 그러다 1919년 새로 구성된 의회에는 “‘지평선 청색’ 군복을 입은 보수파 의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를 ‘지평선 청색 의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미셸 파스투로는 빨강을 “권력을 갈망하는 색”으로 규정한다. 종교나 전쟁에서 힘을 상징했으며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빨간색 옷을 입었다. 저자는 불의 색인 빨강은 생명을 상징하면서도 한편으로 죽음과 지옥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즉 “재생의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 기운”이면서도 “더럽혀진 육체, 피의 범죄, 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순수와 순결을 주장하는 색’ 하양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웨딩드레스하면 가장 먼저 흰색이 떠오른다. 그러나 불과 몇 세기 전만대호 웨딩드레스의 색은 빨강이었다는 것이다. 언급한 대로 “권력의 힘, 전쟁에서의 승리, 화려한 아름다움”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 하양은 천사나 불면의 밤을 환기한다.

초록에 대해 저자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색’으로 규정한다. 녹색의 이면에 드리워진 다른 상징성을 면밀히 고찰할 것을 주문한다.

“녹색은 우리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있다. 무언가 흉계를 꾸미고 있어 음흉하고, 물밑 협상을 선호하므로 위선적이며, 불안정한 본성을 지니고 있어 위험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대와 녹색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랑에 대한 견해도 이색적이다. 콤플렉스투성이인 노랑은 자신의 처지에 부당함을 느낀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홀대했으니 그런 그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극명하게 상반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색은 검정이다. 속 다르고 겉다른 색이 바로 까만색이다. 그로 인해 엄격함과 뉘우침이라는 의미 외에 “의식용 정장에서와 같이 우아함과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색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해석 또한 한두 가지로 정의될 수 없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변화무쌍한 역사가 이를 방증한다. 중요한 것은 색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을 알게 되면 세상 또한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술문화·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