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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트로트, 구구절절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
2020년 03월 19일(목) 00:00
강철수 작 ‘도시 풍경’
트로트가 대세다. 지난해 진도 출신 송가인을 필두로 미스 트롯이 한 시절을 풍미하더니 최근엔 남성 트롯이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마다 어쩌면 그리 인물 좋고 노래들도 구성지게 잘하는지. 부르는 노래마다에 담긴 사연도 애절해 대중들의 감성을 적신다. 우리 시대에 트로트 노래 가사에 자신의 사연을 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애창곡도 트로트였다. “물어물어 찾아왔어/그 님이 계시는 곳…/저 달 보고 물어 본다/님 계신 곳을/울며불며 찾아봐도/그 님은 간 곳이 없네…” 막걸리 한 잔 거나하게 걸치시고 귀가하시는 날이면 나훈아의 ‘님 그리워’ 노래가 골목 어귀에서부터 들려왔었다. ‘고상하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엔 통속적인 노래가 싫어서 아버지에게 인사도 없이 이불을 둘러쓰고 잠든 척 했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이 나이가 되어보니 트로트 가사야말로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구구절절 담겨있음을 알 것 같다.

강철수작가(1951~2014)의 ‘도시 풍경’(1998년 작)은 최근 트로트 열풍 여세 탓인지 기타연주에 맞춰 흐드러지게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어쩐지 사연 많은 가수의 모습인 것 같아 오래도록 응시하게 된다. 작가가 늦깎이로 조선대 미대를 나온 후 파리로 그림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만난 유럽의 어느 도시 풍경일 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한 모퉁이에서 춤과 노래에 빠져있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잠시 일상을 멈춘 채 낭만에 젖어들게 된다.

아시아문화전당 앞 광장에서, 광천동 버스터미널에서, 송정역 광장 등 거리 곳곳에서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버스킹도 이제 소중한 일상, 어느덧 그리운 우리의 도시 풍경이 된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