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30년째 ‘도돌이표’… 상처만 남긴 채 희망고문
1995·2001·2020년 세 차례 시도했으나 이해관계 엇갈려 무산
‘도청 이전’·‘공항 이전’ 등 뇌관 건드릴 때마다 갈등만 증폭
최근 전남도 ‘독자생존’ 선회하며 통합 동력 상실 위기
‘도청 이전’·‘공항 이전’ 등 뇌관 건드릴 때마다 갈등만 증폭
최근 전남도 ‘독자생존’ 선회하며 통합 동력 상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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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니까 다시 합치자.”
30년 가까이 선거철이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광주·전남 행정통합 구호다.
하지만 번번이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했을 뿐, 실질 진전 없이 지역민에게 피로감만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차례 통합 논의 무산=광주·전남의 통합 논의는 크게 세 차례 시도됐다.
첫 번째 통합 논의는 민선 자치가 본격화된 1995년 시작됐다. 당시 허경만 전남지사가 시·도 통합 추진을 선언하며 불을 지폈다.
전남도는 통합추진 전담기구까지 만들며 적극적이었으나 광주시는 달랐다. 광주시의회와 시민사회는 광역시 승격 불과 10년 만에 다시 일반시로 전락할 수 없다는 반대 논리를 폈고, 결국 전남지사가 1998년 통합 포기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두 번째 논의는 2000년대 초반 ‘전남도청 이전’ 문제와 맞물려 불거졌다.
당시 광주 정치권은 도청이 빠져나가면 도심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이전을 막기 위한 카드로 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진정한 상생보다는 도청 이전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용 성격이 짙었다. 결국 2005년 도청이 광주시를 떠나 무안군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통합 논의도 자연스레 소멸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연방제 수준의 통합’을 제안하며 3차 논의가 점화됐다.
시·도지사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용역까지 진행했으나, 군공항 이전 등 민감한 현안을 넘지 못했다. 민선 8기 들어서는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오히려 전남도는 최근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며 독자 생존 전략을 강화했었다.
과거 세 차례의 실패가 주민 공감대 없이 관 주도로 이뤄졌고, 통합청사 위치나 공무원 구조조정 같은 예민한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0%대 저성장 위기가 쏘아올린 ‘통합’=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최근 급부상한 배경에는 ‘경제적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2024년 발간한 ‘광주전남 초광역 협력 논의와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 분석 결과는 왜 지금 통합이 시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광주·전남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9%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이 2.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역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 부진은 더 심각하다. 2009년 이후 광주·전남 제조업 실질성장률은 연평균 1.9%로 둔화됐고, 최근 3년은 0.9% 성장에 그쳤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니 청년도 떠난다. 전남의 청년 인구(15~29세) 비중은 14.3%로 비수도권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연구원은 첨단 산업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면서 호남권의 소외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 논의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구호인 행정통합이 아닌 실리적인 경제 통합부터 단계적인 통합을 조언한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광주~나주~목포를 잇는 ‘에너지 벨트’, 광주~장성을 잇는 ‘인공지능(AI) 벨트’ 등 6대 혁신 벨트를 구축해 산업 생태계부터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30년 가까이 선거철이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광주·전남 행정통합 구호다.
하지만 번번이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했을 뿐, 실질 진전 없이 지역민에게 피로감만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차례 통합 논의 무산=광주·전남의 통합 논의는 크게 세 차례 시도됐다.
전남도는 통합추진 전담기구까지 만들며 적극적이었으나 광주시는 달랐다. 광주시의회와 시민사회는 광역시 승격 불과 10년 만에 다시 일반시로 전락할 수 없다는 반대 논리를 폈고, 결국 전남지사가 1998년 통합 포기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두 번째 논의는 2000년대 초반 ‘전남도청 이전’ 문제와 맞물려 불거졌다.
당시 광주 정치권은 도청이 빠져나가면 도심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이전을 막기 위한 카드로 통합론을 꺼내 들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연방제 수준의 통합’을 제안하며 3차 논의가 점화됐다.
시·도지사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용역까지 진행했으나, 군공항 이전 등 민감한 현안을 넘지 못했다. 민선 8기 들어서는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오히려 전남도는 최근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며 독자 생존 전략을 강화했었다.
과거 세 차례의 실패가 주민 공감대 없이 관 주도로 이뤄졌고, 통합청사 위치나 공무원 구조조정 같은 예민한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0%대 저성장 위기가 쏘아올린 ‘통합’=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최근 급부상한 배경에는 ‘경제적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2024년 발간한 ‘광주전남 초광역 협력 논의와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 분석 결과는 왜 지금 통합이 시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광주·전남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9%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이 2.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지역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 부진은 더 심각하다. 2009년 이후 광주·전남 제조업 실질성장률은 연평균 1.9%로 둔화됐고, 최근 3년은 0.9% 성장에 그쳤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니 청년도 떠난다. 전남의 청년 인구(15~29세) 비중은 14.3%로 비수도권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연구원은 첨단 산업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면서 호남권의 소외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 논의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구호인 행정통합이 아닌 실리적인 경제 통합부터 단계적인 통합을 조언한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광주~나주~목포를 잇는 ‘에너지 벨트’, 광주~장성을 잇는 ‘인공지능(AI) 벨트’ 등 6대 혁신 벨트를 구축해 산업 생태계부터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