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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2020년 03월 11일(수) 00:00
마스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로마시대다. 필리니(서기 23~79년)라는 박물학자는 유해 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동물의 방광으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한다. 중세에는 콜레라와 흑사병 등 질병 예방용으로 사용됐다. 효과는 알 수 없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는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가 등장한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원나라 궁정의 시종들이 수건 모양의 마스크를 두른 채 일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금처럼 호흡이 가능한 마스크는 1899년 영국의 한 외과의사가 만들었다. 하지만 방역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10년 만주에서 페스트가 만연했을 때다. 청나라 총독 위안스카이는 1910년 10월, 하얼빈을 중심으로 동북 3성에서 페스트가 창궐하자 우롄더라는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중국인 의사를 방역 책임자로 현장에 파견했다.

당시 의료계는 페스트가 쥐를 통해 전염된다고 봤지만 우롄더는 사체 해부를 통해 공기 중으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외과의사들이 수술할 때 쓰던 마스크를 착용하기 편하게 개량해 의료진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나눠 주었다. ‘우 씨 마스크’로 불린 이 마스크 덕분에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1911년 4월 열린 만국 페스트연구회에서 발명품으로 인정받았다.

1932년 상하이 콜레라가 유행할 때는 우씨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사망률은 7.4%에 그쳐 조계지 외국인 사망률 30%보다 훨씬 낮았다. 우롄더는 방역 마스크 개발 및 보급을 인정받아 1935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 의학상 후보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선 공적 마스크란 개념이 등장했다. 장당 1500원 하는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이번 주부터는 ‘마스크 5부제’까지 시행되고 있다. 차량 5부제도 아니고 마스크를 출생 연도에 따라 1주일에 1인당 2매씩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스크 5부제가 등장한 것은 마스크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잣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비인 마스크를 구하는 데 빈부나 신분의 격차는 있을 수 없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