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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無限)
2019년 12월 30일(월) 00:00
바닷가 모래알이 모두 몇 개나 되는지 셀 수 있을까?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크기, 그리고 아득히 펼쳐진 광활한 모래밭의 면적에 질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거나 ‘무한하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고대의 위대한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모래알 계산’(Psammites)이라는 책 첫머리에서 “갤론 왕이여, 어떤 사람들은 모래알의 수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곧바로 그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 준다. 전 세계의 모래알을 ‘센’ 것이다.

그는 1000알의 모래를 겨자씨 크기로 가정한 뒤 이를 근거로 온 세상에 가득한 모래알의 수를 계산해 냈다. 물론 끝자리까지 딱 떨어지는 숫자를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지수’와 비슷한 계산법을 도입함으로써 우주 전체에 있는 모래알을 손쉽게 셀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무한’(無限)을 부정하고 깨뜨려 버린 셈이다.

‘무한’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이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선 감히 이해하거나 계산해 낼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관념이 바로 무한이다. 하지만 이 무한은 오늘날 최첨단 물리학인 양자 중력 이론이 등장하면서 ‘진부한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자신의 책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세상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양자(quantom)로 이뤄져 있으며, 양자 중력 이론은 ‘무한히 작은 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발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무한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무한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붙이는 이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올해 선보인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와 ‘한돌’은 무한한 가능성과 신비를 품고 있다는 인간의 뇌조차도 낱낱이 해석되고 새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수천 년 세월 ‘무한’으로 위장해 온 ‘신비’의 영역을 깨뜨린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홀로 설 수 있는 힘과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