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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골
2019년 12월 13일(금) 04:50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이었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 이 한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월드컵 89년 역사에서 나온 모든 골(2546골) 가운데 최고의 골과 최악의 골을 다 넣었다. 최고의 골은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아 60여m를 질주한 뒤 수비수 다섯 명과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넣은 원더골이다.

최악의 골은 이른바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킨 골. 전반 4분에 머리가 아닌 손으로 쳐서 넣었는데, 지금처럼 VAR이 있었다면 당연히 취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마라도나의 말이 걸작이었다. “절반은 나의 손을 맞고, 절반은 신의 손을 맞고 들어갔다.” 경기 결과는 2대 1로 아르헨티나의 승리. 영국과 벌인 ‘포클랜드 전쟁’ 패배의 아픔을 1주일 만에 축구로 되갚으며 월드컵을 차지했다.

마라도나의 환상적인 드리블 골은 나중에 호나우두나 메시 등에 의해 재현됐다. 그 중 가장 긴 것은 경기장 끝에서 끝까지 질주해 만든 조지 웨아의 82m 골이었다. 웨아는 은퇴 뒤 정계에 입문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대선에 출마했고, 당선된 후 대통령 신분으로 국가대표 A매치에 출전하기도 했다.

지금 여러 ‘축구 전설’들을 소환하는 이유는 지난 9일 손흥민이 넣은 골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페널티 지역으로부터 상대 번리 지역 한 가운데를 73m 단독 드리블로 돌파해 골을 완성했다. 향후 10년 이상 리플레이 될 이 골에 대해 ‘올해 최고의 골’ ‘푸스카스상 후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등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고교 축구 왕중왕전에서 나왔던 금호고 엄지성의 ‘닮은꼴 골 영상’도 화제가 되고 있다.

팬들은 골 장면으로 선수를 기억한다.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환상적이고 멋진 골’은 팬들의 머리에 오래오래 남는다. 상대 진영 한복판을 돌파하는 이번 골 장면은 손흥민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고, 이야기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상대할 팀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수비가 위축되고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마라도나·호나우두·메시도 그랬다. 전설은 그렇게 시작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