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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뽕’
2019년 12월 11일(수) 04:50
[이병우 단국대학교 교양대학 외래교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뽕은 ‘좋아요 뽕’이라고 한다. 이것에 한번 중독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좋아요 뽕’은 온 오프라인의 경계도 없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에 물들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계속 뽕만 찾게 된다. 추종자에 둘러싸여 한마디 한마디에 ‘좋아요’를 연호하니 그 얼마나 강력한 중독이겠는가.

‘좋아요’는 권력이다. 그것이 쌓이고 댓글이 많아지면 파워 인플루언서가 된다. 페이스북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좋아요, 댓글, 공유’ 삼총사이다. 때문에 ‘좋아요’를 올리기 위해 별의별 방법이 동원되고 있고 이 숫자를 올려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광고사도 많다. 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SNS 활동은 거의 품앗이 활동이다. 찾아가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자신의 글에서도 ‘좋아요’가 달린다.

인터넷 신조어 중에 ‘카페인 우울증’이 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아니라 카카오 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이다.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껴 우울해지는 증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다른 사람은 ‘좋아요’를 많이 받는데 자신의 적은 숫자를 보면 자신의 삶이 초라해보인다고 한다.

SNS 이용과 우울증이 관련성이 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이 최근 19~32세 성인 대상으로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SNS 이용 시간과 계정에 들어가는 횟수를 기준으로 상위 25% 이용자가 하위 25% 이용자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최소 1.7배에서 2.7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타인의 게시물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이는 박탈감과 상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은 페이스북 이용 후 느끼는 감정에 대해 ‘즐겁다’(28.8%), ‘만족한다’(9.5%)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화가 난다’(9.2%), ‘좌절감을 느낀다’(8.9%), ‘슬프다’(2.6%)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지인들의 해외 여행 사진을 보고 기쁜 감정보다는 부러움을 느끼는 반응이 있었다. 온라인 안에서 누가 더 행복한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SNS에 대한 피로감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좋아요’를 감추는 실험을 하고 있다. 숫자를 감춘 대신 일부 계정의 사진 및 동영상에는 ‘OOO님 외 여러 명’이 표시된다. 정확한 수치는 계정 소유자만 확인할 수 있다. ‘좋아요’ 숫자가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평가 잣대로 여겨지면서, 게시물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SNS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멀리하기가 사실 어렵다. 그리고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잘 다뤄야 한다. ‘좋아요 뽕’과 우울감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경영 구루로 선정되기도 했던 에스더 다이슨의 말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어떤 의미에서 인터넷은 술과 비슷하다. 당신의 행동을 더욱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외톨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더욱 외톨이가 될 수 있고, 남들과 교류하고 싶다면 훨씬 쉽게 교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