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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신발
2019년 10월 22일(화) 04:50
마치 종이를 오려낸 듯하다. 투조(透彫)기법으로 구리판을 자유자재로 도려내 다양한 무늬를 형상화했다. 자세히 보면 반복되는 육각형 모양 속에 여러 가지 문양이 넝쿨처럼 디자인돼 있다. 봉황, 기린, 인면조(人面鳥)와 같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압권은 왼쪽 금동신발 등에 달린 용머리 장식이다.

지난 주말, ‘나주 복암리 정촌고분-마한사람들, 큰 무덤에 함께 잠들다’ 특별전(~2020년 1월 5일)이 열리고 있는 국립 나주박물관을 찾았다. 1500여 년 전 마한인의 고분에서 나온 백제계 금동신발(길이 32㎝·높이 14㎝) 한 켤레가 유리박스 안에 놓여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산91번지 잠애산 남서쪽 비탈에 자리한 ‘정촌고분’ 1호 돌방무덤에서 발굴된 신발이다.

연구 결과 금동신발 주인공은 1호 돌방무덤 내 ‘3호 나무널’에 잠들어 있던 4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그는 누구길래 허리에 민고리칼(素環頭刀)을 차고 화려한 금동신발을 신은 채 저승길을 떠났을까?

고고학자들은 금동신발 안에서 발 뼛조각과 함께 발견된 10여 개체의 검정파리과 번데기 껍질을 연구해 퍼즐을 맞추듯 금동신발 주인공의 삶을 추적했다. 실제로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해 보니 금동신발 주인공은 돌방 외부에서 최소 6일 정도 애도 기간(殯)을 가졌고, 장례 시기는 9월로 나타났다.

특별관 내에는 정촌고분 1호 돌방무덤이 똑같은 크기로 재현돼 있다. 부모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어린 남매가 ‘2호 나무널’과 ‘3호 나무널’ 자리에 드러누워 즐거워한다. 돌방무덤을 빠져나오면 정촌고분 금동신발이 전시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표면을 장식한 다양한 문양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미적 안목을 탓할 필요는 없다. 바로 옆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기기를 통해 금동신발을 360도로 돌려 살펴볼 수 있고 용이나 봉황, 기린과 도깨비 문양에 대한 설명문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연구진은 첨단 법의학 기술을 이용해 금동신발 주인공의 얼굴을 복원했는데 궁금하지 않은가. 1500여 년 전, 기록을 남기지 않은 영산강 유역 마한(馬韓)의 여성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직접 특별전을 찾아 확인해 보시길!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