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노벨위원회의 통찰
2019년 10월 21일(월) 04:50
“김대중은 강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인권을 제약하는 기도에 대항하는 보편적 인권의 수호자로 동아시아에서 우뚝 섰다. (중략)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50년 이상 지속된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북한 방문은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과정에 주요 동력(動力)이 됐다. 이제 한반도에는 냉전이 종식되리란 희망이 싹트고 있다. 김대중은 한국과 이웃 국가, 특히 일본과의 화해에도 기여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지난 200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밝힌 수상 사유다.

특별한 것은 수상 사유 말미에 덧붙여진 설명인데 “노벨위원회는 북한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라고 했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는 2000년 평양에서 열린 6·15남북정상회담에서 반갑게 손을 맞잡아 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함께 나서 준 클린턴 대통령과 모리 총리 등 미·일 양국 정상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인 셈이다.

평화상 수상 당사자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공로 평가도 빼놓지 않는 노벨위원회의 이 같은 자세는 올해 평화상 수상자인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에 대한 수상 설명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노벨위원회는 특히 “평화는 한쪽 당사자만의 행동으로는 일어설 수 없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아비 총리가 내민 손을 잡고 양국 평화 프로세스가 공식화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다. 아비 총리의 파트너로서, 피로 얼룩졌던 양국 관계에 평화를 정착시킨 에리트레아의 아페웨르키 대통령의 공로 역시 높이 평가한 것이다. “평화란 혼자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상대편이 손을 맞잡아 주어야 한다”는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김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한 지난 2000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북한은 물론 일본·미국·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노벨위원회의 사려 깊은 통찰을 전 세계가 되새겨 봐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