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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 생각’(280) 그림자
그림자 놀이 하듯…미술이 된 자연현상
2019년 08월 29일(목) 04:50
엘리아슨 작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미국의 유명한 미술사가인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을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아는 미술은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으로, 대부분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라고 말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형성되고 정의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 그리고 그 외에 사물들이 어떻게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면서 미술이 되는 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현대미술 입문서로 추천하곤 했다.

얼마 전 방문한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올라푸 엘리아슨’(1967~ )의 ‘In Real Life’전을 관람하면서 오늘날 미술이 무엇인지, 미술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아니 세상의 모든 가능성의 미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런던 전 이전에도 그동안 올라푸 엘리아슨은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보며 성장했던 작가답게 그린란드 빙산을 미술관으로 옮겨 녹을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거울과 수백 개의 전구로 오렌지색 인공 태양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작품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2010년 작)는 갤러리 공간에 무지개와 같은 자연현상을 연출하고 관람객이 그 앞을 지나가면 다양한 그림자가 무지개 빛깔만큼 상호작용으로 나타난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미디어 아트이지만 그 작품 앞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림자놀이를 하듯 저마다 자신의 형상을 그림자에서 찾으며 즐거워한다. 전시장 안에서 완벽하게 안개로 가득한 공간을 지나오거나 비를 만나기도 하면서 자연의 현상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미술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