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의 꽃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뉴스가 TV에 보도될 때마다 강가에 놓인 꽃들이 클로즈업되고 있다. 33명의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의 사고 지점 주변에 헝가리인들이 변을 당한 한국인을 추모하기 위해 놓은 조화(弔花)들이다. 국화와 장미가 주를 이뤘는데, 이중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이 하얀색의 ‘마거리트’라는 국화과의 꽃이다. 헝가리인들이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해 하얀 마거리트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
조화나 헌화용으로 쓰이는 꽃은 고인을 추모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주된 품종은 동서양이 상이하다. 서양인들은 고대로부터 장미가 영혼의 재생을 상징한다고 여겨서 묘지 주변에 심거나 장례식에 사용했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조화용으로 국화가 주로 사용됐는데, 국화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영원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 중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으로는 붉은 양귀비가 사용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남부 지역 들판에 흔하게 피는 꽃이 양귀비였다. 이곳 전투에서 전우를 잃은 군인들이 들판의 양귀비꽃을 꺾어 시신 위에 놓고 넋을 기렸다고 한다. 이 들판이 ‘플랑드르’인데, 캐나다 출신 참전 군의관인 ‘존 맥크래’가 1915년에 쓴 시 ‘플랑드르 들판에서’로 인해 양귀비꽃이 1차 대전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이 시는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라는 구절로 끝난다.
다뉴브강의 전설과 관련된 꽃에는 물망초가 있다. 어느 날 한 연인이 다뷰브강가를 걷다가 강 건너편에 핀 연보라 꽃을 발견했다. 꽃을 갖고 싶어하는 연인의 마음을 눈치챈 남성이 강으로 뛰어들어 꽃을 꺾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가 꽃을 연인에게 던지며 마지막에 한 말이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이야기이다. 수많은 소설과 예술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은 장면이다.
동유럽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다뉴브강, 이제는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을 잊지 말아야 할 추모의 장소가 됐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
전투 중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으로는 붉은 양귀비가 사용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남부 지역 들판에 흔하게 피는 꽃이 양귀비였다. 이곳 전투에서 전우를 잃은 군인들이 들판의 양귀비꽃을 꺾어 시신 위에 놓고 넋을 기렸다고 한다. 이 들판이 ‘플랑드르’인데, 캐나다 출신 참전 군의관인 ‘존 맥크래’가 1915년에 쓴 시 ‘플랑드르 들판에서’로 인해 양귀비꽃이 1차 대전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이 시는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라는 구절로 끝난다.
동유럽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다뉴브강, 이제는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을 잊지 말아야 할 추모의 장소가 됐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