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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 생각’ (269) 자녀 체벌권
사랑과 행복이 들어갈 틈 없이 꽁꽁 닫힌 집
2019년 05월 30일(목) 00:00
안나 메릿 작 ‘쫓겨난 사랑’.
그림을 마주한 순간, 악독한 부모에게 벌을 받고 문 밖으로 쫓겨난 아이의 모습이라 생각해 한없이 마음이 안쓰러웠다. 드물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체벌 가운데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모두 벗긴 후 대문 밖으로 쫓아냈다는 어두운 경험담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이다. 어떤 부모가 그럴까 싶었는데, 잠긴 문을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는 작은 아이의 그림을 보니 문 밖으로 쫓아내는 자녀 학대의 역사는 유구하구나 싶은 지레짐작도 하게 된다.

안나 메릿(1844~1930)의 ‘쫓겨난 사랑’(1889년 작)은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믿었던 내용과는 다른 그림이다. 사랑의 신 큐피드가 벌거벗은 채 닫힌 문 밖에서 절망하고, 그 집은 더이상 사랑과 행복이 들어갈 틈이 없이 문을 꽁꽁 닫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안나 메릿은 그림에 재능을 보였지만 미술공부를 할 수 없었던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후일 미술평론가인 헨리 메릿과 결혼해 남편의 격려로 재능을 펼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하고 남편과 사별하게 된다.

안나 메릿은 그 이별의 깊은 슬픔을 ‘쫓겨난 사랑’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머무르지 않은 집은 사랑의 신 큐피드가 쫓겨난 집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 아픔은 집에서 쫓겨난 아이의 처절한 절망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얼마 전 정부가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놓자 찬반 의견이 뜨겁다.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주장이 팽팽하다는 것이다. 최근 도를 넘는 자녀 학대 뉴스를 떠올리자면, 법으로라도 자녀를 징계하거나 체벌하는 일은 금지해야 할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