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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손수건’ 같은 만남의 이야기
2019년 03월 15일(금) 00:00
전북의 ‘고창’이란 지명은 높고 넓은 들이란 뜻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해바라기 축제,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 특히 봄에는 청보리밭 축제와 유채꽃 축제를 볼 수 있다. 파란 하늘에 초록과 노랑 파랑의 조화로움은 황홀하기만 하다.

성경에 보면 보리밭에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가 있다. 룻이라는 여성이 나오는 ‘룻기’이다. 사사 시대에 베들레헴과 모압 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해방된 이스라엘의 한 가족사다. 이스라엘에서 온 남자와 모압에서 온 여자의 이야기다. 한 경건한 가정의 슬픔과 기쁨을 통해 그 속에서 활동하시는 절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절망적인 상황으로 시작해서, 행복으로 끝나는 보리밭 러브 스토리다. 죽음으로 시작해서 새로운 생명 이야기로 끝난다.

성경 룻기는 전 4장으로 된 짧은 책이다. 제1부 발단은 나오미와 룻의 귀향으로 눈물의 장이다. 나오미라는 여자는 남편 엘리멜렉을 따라 고향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가게된다. 이유는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압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이 모두 죽는다. 왜 죽었는지 이유는 없다.

두 이방인 며느리와 함께 과부의 신세로 전락한 비참한 상황에서 막이 열린다. 두 며느리 가운데 큰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따라 귀향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시집 가서 비로소 알게 된 하나님에 대한 신앙적 결단에 의한 것이다.

우리 인생에 흉년이 들 때가 있다. 슬픔과 좌절, 고통과 아픔을 통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심정이다.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정호승 시인 ‘지푸라기’ 전문)

제2부 전개는 시어머니 나오미에 대한 룻의 헌신이다. 보리밭에서 일하는 룻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수확을 하다 떨어뜨린 이삭을 줍다가 보아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만남을 통해서 문제의 답을 찾게 된다.

필자는 지난 수요일 광주 교도소에서 인성 교육을 했다. 30여 명의 수형자들과 만남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만남이 있다. 만날수록 불편한 ‘생선’과 같은 만남이 있다. 또한 ‘꽃’과 같은 만남은 피어서 향기가 있을 때는 좋아하지만 시들고 떨어지면 버리고 밟히는 추한 만남도 있다. 뿐만 아니라 ‘건전지’ 같은 만남도 있다.

권력, 금력 등 보이는 힘이 있을 때는 환영받고 가까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병들고 돈도, 권력도 없으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냉정한 사회다. 그리고 ‘지우개’ 같은 만남이 있다. 한 때는 필요해서 수첩에 기록도 하고 스마트폰에 저장도 했지만 필요 없을 때는 지워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참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다. 손수건은 힘들고 어려워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눈물을 닦아주고 땀을 씻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보아스와 룻의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 된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영성 시간이 된 것이다.

제3부 절정은 룻에 대한 보아스의 청혼이다. 바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룻은 보아스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시어머니 룻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한다. 그때 나오미는 “내 딸아 가만히 앉아 있으라” 말한다. 약속을 믿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속도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시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제4부 대단원이다. 룻과 보아스의 혼인 및 출산이다. 절대자의 축복으로 열매를 맺는다. 훗날 다윗왕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함으로 인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이처럼 룻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독자 여러분에게 텅 빔이 있다면 ‘보리밭 사랑 이야기’로 가득채워지는 봄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