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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기부 천사들
2018년 12월 05일(수) 00:00
[송민석 수필가·전 여천고 교장]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연말이다. 12월 들어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모금함 등장은 우리의 잠든 의식을 일깨운다. 찬 바람이 부는 초겨울, 조금만 눈여겨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이웃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상생 협력을 지향하는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매년 연말이면 불우 이웃 돕기 캠페인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불우 이웃 돕기에 나선다. 수년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도 있다. 이렇듯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장미를 전해준 사람의 손에는 향기로운 장미 향이 난다.’고 한다. 빨간 사랑의 열매를 상징하는 ‘사랑의 온도탑’에 이어 구세군 자선냄비도 대장정을 시작했다.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시는 길에 마지막으로 주신 용돈입니다. 금액은 적지만 좋은 일에 따뜻하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학생이 자선냄비에 남긴 쪽지의 내용이다. 이처럼 자선냄비 앞에 아장아장 걷는 아이로부터 부축을 받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매년 줄을 잇는다. 간혹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억대의 기부자들이 나타나 시중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1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소외 계층을 위해 써 달라며 큰돈을 놓고 간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에는 과일 가게를 하면서 평생 모운 거금 400억을 대학에 기부한 노부부가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아직도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난하고 병든 빈민 구제를 위해 일생을 바친 마더 테레사 성녀의 봉사 활동을 그린 기록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실험 대상자들의 면역 기능이 상승했다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결과가 있다. ‘마더 테레사 효과’란 것이다. 이처럼 봉사 활동을 통해 선행을 베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이 선행을 베푸는 것을 보기만 해도 행복감과 더불어 신체 면역 기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남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일수록 긍정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더 많이 생성된다.’는 미시간대학 연구결과도 있다. 진한 감동을 받거나 기쁘고 즐거울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인체의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되면 그 보상책으로 면역 항체를 증가시켜 오래 살도록 해 놓은 셈이다. 남을 돕는 것이 나의 건강은 물론 이웃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길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부의 편재 현상으로 나눔이 아름답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복지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아직도 한쪽에서는 남아돌고, 한쪽에서는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가 수백 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세금을 포탈하고 기업 자금을 유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행태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같은 젊은 풍운아의 기부 행동과 그런 국가의 문화가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으면 한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서양의 격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주의 최부자 집은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가훈을 지켜왔다고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기부 천사와 같은 작은 불씨들을 잘 보듬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선행을 함께 되새기고 불씨를 점화시켜 타오르게 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가 다 함께 가꾸어 나가야 할 사회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이제 행복의 기준을 외적 조건이 아닌 내적 충만함으로 바꾸자. 마더 테레사 수녀는 ‘나눔은 우리를 부자로 만든다’라고 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공감하는 능력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소외된 이웃을 되돌아보고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훈훈한 12월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