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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호위’하는 자, 경계하라
[김미은 문화부장]
2018년 08월 08일(수) 00:00
“새로운 시장의 문화 마인드는 어떤가요?” 광주시장이 바뀔 때면 지역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매번 받는 질문이다. 요즘처럼 문화가 경제·사회·복지 등 모든 분야와 촘촘히 연결된 상황에서 자치단체 수장이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하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한데 신임 이용섭 시장에 대한 문화판 인사들의 질문은 좀 달랐으니 “새로운 시장이 문화는 잘 아나요?” 또는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문화’보다는 ‘경제’나 ‘행정’ 쪽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 듯하다. 실제로 시청 안팎에서 “시장이 문화 분야는 잘 모르는 것 같고 타 분야에 비해 관심도 적은 듯 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초대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그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문화계가 끊임없이 문화부시장 신설을 요구해 온 것도 ‘책임 있는 전문가’가 문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문화도시의 입지를 다져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물론 최종 결정과 책임은 시장의 몫이겠지만 ‘2인 3각’처럼 각자의 특장을 살려 ‘큰 그림’을 그리며 문화도시의 위상을 다져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요즘 지역 문화계 초미의 관심은 차기 광주시립미술관장 자리다. 미술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 예술인들과 문화 활동가들이 관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자리가 문화와 관련한 첫 공공기관장이라는 점 때문이며 향후 광주시 문화 관련 인사와 정책의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립미술관장 후보 무려 20명?



10여 일 전까지 내가 들은 자천타천 후보자만도 15명이나 됐다. 전직 교수들, 전업화가, 큐레이터 출신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와 들어 보니 2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무늬만 공모’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들러리 서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아직까지는 ‘내정자 없음’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용섭 선거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미술계 인사가 없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름 정보력을 갖고 있는 후보자들도 다 이런 연유로 의욕을 갖고 뛰어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각 후보들이 시장 라인에 ‘선’을 대기 위해 분주하다는 말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 부시장이 임명된 후에는 무게 중심이 그에게 쏠리면서 ‘부시장에 대한 구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 ‘무늬만 공모’는 우리 지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터이다. 혈연·학연·지연으로 얽혀진 대한민국에서 ‘인맥’은 큰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숱한 인물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요직에 앉았다. 선거로 뽑힌 기관장이 자신의 철학과 맞는 사람과 일을 도모하는 건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자리에 앉힌 인물이 그만큼의 능력이 있고, 위치가 적정한가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등을 역임한 이 부시장은 지역 문화계에 관심이 많다. 문화 예술인들과 소탈하게 어울리는 편이어서 소박한 문화 현장에서 가끔 마주치기도 했다. 탁상공론이 아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문화 정책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연결 고리가 그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어제 문화부에 들어온 책 중 ‘공직자를 위한 목민심서 따라 쓰기’가 눈에 띄었다. 200년이 된 ‘목민심서’ 중 공직자가 새겨야 할 100가지를 ‘필사’해 보는 책이다. ‘인재는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직책에 있게 해야 한다’ ‘눈을 사방으로 크게 뜨고 귀를 사방으로 열어 놓아라’ ‘아첨을 잘하는 자는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諫諍·국왕의 과오를 비판하던 일)을 좋아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는다’ ‘지도자의 자리 곁에 쓸데없이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등등 새길 대목이 많았다.



초대 광주문화부시장의 역할



문화판을 취재하며 가장 씁쓸했던 것 중 하나가 기관장 측근임을 과시하며 ‘행세’하는 이들이었다. 사리사욕을 챙기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실력자를 내세워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이들을 솎아 낼 줄 아는 것도 리더의 능력일 것이다.

8월 말이면 미술관장 모집 공고가 뜬다. 지역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유능한 인재들의 지원이 물밀듯이 쏟아지면 좋겠다. 다른 문화 관련 인물을 뽑을 때도 응모자가 쇄도하면 좋겠다. 그래서 혹시 누군가 “문화 쪽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가요?” 물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뛰어난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려는 열정을 갖췄다면 정정당당히 겨뤄 반드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문화도시 광주는 이렇게 멋진 도시다”라고.

그 ‘처음’을 광주시립미술관장이 멋지게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