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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분권과 청와대 경력
2018년 06월 27일(수) 00:00
[류동훈 광주일보 은펜클럽 총무]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지방선거는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로 소중한 주민 축제다. 이 선거권을 가지기 위해 민주주의의 선구자들은 목숨 바쳐 헌신했고, 지방선거 투표권도 목숨을 건 단식을 한 지도자의 노력과 민주화 운동의 희생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소중한 권리이다. 이 권리는 가장 효과적으로 쓰여서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를 하였는가가 중요한 선택 변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당원과 일반 시민들의 전화 여론조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화에서 불러주는 대표 경력은 경선 승리의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경력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 많게는 20 %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선거 대책본부 OOO 특보’ 같이 공식 경선 과정에서 쓰일 수 없는 경력도 넣어버리면, 하위권 후보들도 1위가 되어 버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했다. 실제 광주광역시장과 구청장 선거에서도 보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와 청와대 경력이 위력을 발휘했다. 시장과 서구·남구·광산 구청장 선거 결과 청와대 경력 출신 후보들이 이를 대표 경력으로 강조해 당선되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경력은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과 인맥을 활용하여 지역의 여러 숙원 사업을 해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단체장들이 너도나도 다 청와대 출신들이면, 청와대는 누구에게 자원을 몰아서 나눠주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현실은 언제까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것인가? 대통령은 자신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단체장들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고 생각할까?

한참 정당 경선 여론조사들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서울에서 온 모 언론사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청화대 라는 중국집이 있는데, ‘청화대 총무실장’ 명함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당선 가능성이 어떨까요? 또, ‘청화대’라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하나 만들어 ‘청화대 정책실장’ 명함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라고. 돌아온 답은 적어도 광역시의원 경선 정도는 통과할 것 같고, 기초단체장 선거 경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력을 강조했던 많은 후보들은 동시에 ‘지방분권’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공약하고, 이를 촉구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경력을 강조해서 표를 얻으면서, 한쪽에서는 그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우주의 중심은 어디일까? 서울일까, 태양일까, 아니면, 은하계 어디 별자리일까? 나 자신이 없으면 우주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바로 우주의 중심은 바로 나 자신이 머물고 있는 내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 국가가 맞다면 권력의 중심은 나와 국민들이 살아가는 생활 중심인 마을 공동체이다. 청와대에서 수 개월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한 공적 활동과 지역 마을 공동체와 시민사회에서 헌신하며 수십 년을 활동해온 공적 활동의 무게를 비교할 때 권력의 중심인 국민들 곁에서 헌신해온 경력을 더 무게 있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열려야 나라다운 나라다.

지방 분권의 가치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노무현의 가치를 함께 이루고자 했던 정치 세력은 한때 폐족으로 몰리다가 노 대통령의 자살로 인한 목숨 값으로 다시 기사회생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지방 분권의 가치가 청와대 경력으로 지방 권력을 모두 휩쓸어 버리고, 지역에서 헌신해 오던 풀뿌리 정치인들 및 활동가들의 헌신과 그들의 비전을 눈물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이 고인이 진정 원하던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지금의 청와대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이 순간 행여 청와대 권력과 청와대 출신 권력에 의해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지 힘없는 민초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