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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미투’ 운동은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촛불’
2018년 03월 02일(금) 00:00
몇 년 전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참혹했다. 당시 교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그 사건은 책으로 표현되고 영화로 다루어지면서 장애 아동들의 인권유린이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영화 ‘1987’은, 교도관 한재동씨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로 인해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지금의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 세상에 밝혀진 것은 테블릿PC가 매개가 됐지만 노승일씨의 용기있는 폭로가 아니였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노승일씨가 녹음한 육성 테이프가 청문회장에서 공개되면서 국정농단 세력의 몰락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원이 내부의 부정과 비리, 반윤리적 행위를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공익 제보’라 한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래 공익 제보는 영국 경찰에서 동료의 위법과 비리 행위를 경계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휘슬블로어(whistle-blower)’ 즉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 또한 한명의 용기 있는 정의의 호루라기로 인해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2018년 1월 29일 JTBC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는 검찰청 내부의 성추행을 폭로한다. 서 검사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여기 나오게 된 이유가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둘째는 가해자가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셋째는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결혼한 가정이 있는 상황에서 검사 신분으로 8년 전 추행당한 일을 폭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다. 인터뷰 이후에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나도 성폭력, 성추행을 당했다’라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문화, 예술, 연예, 종교, 언론계 등 성역이 없이 폭로가 이어지면서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다. 더욱이 종교계의 미투 폭로는 충격적이다. 사회의 가장 윤리적이어야 할 종교가 성추문 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동안 전문직 성폭력 중 종교계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일부분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는 성차별의 적폐가 해결이 될 수 있다면,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곪은 상처를 도려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이념과 정치가 아닌 우리들의 일상인 삶과 인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용기 있는 제보자들 한명, 한명이 바로 우리 사회를 맑히고 밝히는 정의의 호루라기인 셈이다. 종교계에서도 이 일을 계기로 여성 인권 신장과 인간 존중을 위한 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종단 자체의 자정 노력을 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서지현 검사가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에서 보듯, 종교에 귀의해 구원받는 것이 아닌 피해당한 당사자들에게 진정 어린 용서를 구하는 것이 비로소 회개가 되고 참회가 된다 하겠다. 종교계에서도 차제에 종교 본연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펄펄 끓다가 쉬 식어버리는 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관습이라는 커다란 괴물을 물리치고 공동체인 우리 인류가 나아가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해 어떤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성찰과 반성, 참회에 이어 평화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가자는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그 역량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 제보자들은 이 시대의 영웅인 것이다. 세상이 바꿔지기를 기다리지 마시라. 내가 바뀌는 것이 빠르고 쉬운 일이다. 내가 바뀌는 것이 곧 세상이 바뀌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