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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 교감]광주가정법원 소년부
2017년 12월 05일(화) 00:00
소년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소년법 적용 연령을 더 낮추고 형량을 높이자는 것이다. 강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범행 내용도 충격적이어서 그렇다. 소년법상 소년은 10세 이상 19세 미만이다. 죄를 범한 14세 이상인 소년을 범죄 소년,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촉법소년이라 한다. 촉법소년은 형사 처벌 대신에 보호 처분을 한다.

소년사건은 대부분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하지만,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범죄소년은 형사법원에서도 재판한다. 소년에 대한 형사 재판은 범죄 사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목적이고, 가정법원의 소년부 재판은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 차원의 처분이다.

김민수(가명)는 중학교 3학년이다. 지금까지 결석이 60일이다. 연간 총 수업 일수 중 결석이 3분의 1이면 유예 처분을 받아 졸업할 수 없다. 내년 2월 졸업까지 4일 이상 결석을 하면 민수는 중학교 졸업이 안 된다. 그런데 가출하여 이곳 저곳 떠돌아다녀서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민수가 이제 무난히 졸업할 것 같다.

민수는 지난 5월 22일까지는 아주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이튿날 야외에서 졸업 앨범 사진을 촬영하는데 민수 반으로 전학생 한 명이 배정되었다. 이날이 전학생의 첫 등교일이었다. 민수는 풀죽어있는 전학생에게 다가가 호의를 베풀었고 앨범 사진을 찍으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피시방으로 함께 간 것이 비행의 시작이 되었다.

민수는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태어나자마자 키울 여력이 없는 부모가 시설에 맡기려 하자 외조부가 데려와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것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효자상을 받을 정도로 생활 환경에 비해서 잘 성장해 왔다. 그런데 이 전학생과 친해지면서 가출을 했고 우범 소년들과 어울리며 무면허 운전 5회, 차털이 등 딱 5개월간 수차례 비행을 반복했다. 심지어 함께 지내고 있는 친구가 선배로부터 빚 독촉을 받자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가출한 상태에서도 평소 외할아버지가 현금을 월세로 사는 원룸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민수를 비롯한 다섯 명이 문을 따고 들어가 집을 뒤졌다. 2천 여만 원이 나왔다. 공사 현장을 다니면서 민수를 대학에 보내고 생활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십수 년을 모은 전 재산이었다. 모텔로 가서 돈을 나누고 오토바이도 몇 대 샀다. 뼛골 빠진 돈은 손자의 방탕으로 이렇게 순간에 사라졌다.

학교장과 학교 전담 경찰은 수사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결석 일수 때문에 가능한 빠른 기간에 조치가 되도록 요청했다. 광주가정법원 소년부는 학교에서 보낸 민수의 상황을 참작하여 광주분류심사원으로 한 달간 임시 위탁을 시켰다. 임시 위탁 기간은 학교 출석으로 인정되어 우선 유예를 면할 수 있었다. 분류심사원은 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가 보호 처분을 내리기 전에 소년의 비행 정도와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식 조치를 찾아보는 임시 위탁 기관이다. 따라서 소년에 대한 분류심사원의 심사 결과는 보호 처분을 내릴 때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민수가 소년원의 분류심사원에 있을 때 세 번 만났다. 첫 주 면회 때에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 묻자 “자유롭지 않다는 것”과 “담배를 피우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뉘우침 보다는 불편함을 더 호소했다. 둘째 주에는 “함께 다녔던 친구들과 절대로 어울리지 않겠다”고 했다. 민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세 번째 상담에서는 “할아버지께 죄송하고, 학교에 잘 다녀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눈물도 보였다. 중국 주나라 때 싸움닭 조련사 ‘기성자’가 떠올랐다.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고, 아무리 위협이나 유혹을 해도 반응하지 않는 목계(木鷄). 민수가 목계의 길로 갈 수 있을까. 외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면회를 갔다.

민수는 위탁 생활을 하면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재판 하루 전에 면접이 있었는데 이때도 면접에 출석할 수 있도록 위탁 조치를 한나절 해제해 주었다. 학교장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민수는 특성화고 유망한 학과에 합격하여 많은 분들의 도움에 보답하였다. 광주가정법원 소년부는 학교와 보호자의 의견을 참고하여 임시 위탁 조치를 취함으로써 유예 처분을 예방했고, 한 달간 반성의 시간을 주어서 건전한 학생으로 학교 생활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와 같은 학교와 가정법원 소년부와의 성공적인 협조 사례가 더욱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깥 날씨는 춥지만 학교로 돌아온 민수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5개월, 짧지만 힘들게 보냈던 아픔이 앞으로 50년 민수의 삶에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