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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개정도서정가제 3년 ‘명과 암’
2017년 11월 22일(수) 00:00
충북 괴산군에 둥지를 튼 숲속작은책방은 동화 속 요정이 사는 집 같다.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해먹이 설치된 야외책방과 어린이 책으로 꾸민 원두막 책방이 방문객을 맞는다. 1층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찬 거실의 서가에는 그림책에서부터 인문서, 여행서적, 소설, 에세이 등 2000여 권이 꽂혀 있다. 외지인이 방문하기엔 쉽지 않지만 한 달 평균 600여 명이 다녀간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숲속작은책방은 독특한 운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문객들은 무조건 1권의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방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구경만 하고 빈손으로 나갈 수 없다. 주인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방문객은 서점을 둘러본 대가로 ‘행복한 소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구경은 서점에서 하고 구입은 인터넷에서 하는 이들에게는 가슴이 뜨끔(?)해질 얘기다.

지난해 4월 경기도 분당에 문을 연 ‘좋은 날의 책방’은 ‘단골의 한 칸 서가’로 유명하다. 주인장은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책을 서점에 들여놓기가 어렵다 보니 엄선한 책들을 서가에 꽂아 놓는다. 기준은 읽어보니 좋았던 책이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단골고객의 입장에선 신간의 홍수 속에서 놓쳤던 의미 있는 책들을 뒤늦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책방 주인과 단골 고객은 추천도서를 주고 받으면서 풍성한 그들만의 서가를 함께 만든다. 온라인 서점에선 누릴 수 없는 동네서점의 매력이다.

그래서일까. 근래 개성 넘치는 동네서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참고서나 대중잡지, 베스트셀러 등을 판매했던 예전의 서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을 기점으로 동네서점의 감소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1곳의 독립서점이 문을 열었고 2016년 말 기준으로 31곳이 더 늘어났다.

동네서점의 부활을 이끈 일등공신은 개정도서정가제(이하 도서정가제)다. 지난 2014년 11월 쇠락해가는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모든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 서점은 최대 60∼70% 싸게 파는 온라인 서점의 막가파식 할인에 밀려 문을 닫기에 바빴다. 광주의 향토서점인 ‘삼복서점’과 ‘나라서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21일은 모든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지 꼭 3년이 된 날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11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판계와 서점, 소비자단체가 현행 제도를 앞으로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합의해 2020년 11월까지 연장시행된다.

사실 도서정가제는 동네서점을 살리고 책값의 거품을 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가격평등이란 취지에 맞지않게 온갖 편법이 난무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서점들이 할인제휴카드 등으로 ‘꼼수할인’을 펴고 있는 데다 출판사의 책값 하락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도서정가제의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