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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 교감] 수시냐 수능이냐
2017년 11월 07일(화) 00:00
수능이 9일 남았다. 고3 학생들의 긴장은 표현할 길이 없다. 학부모의 간절한 기원도 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주의보를 내렸다. 시험 당일 출근 시간이 10시로 늦춰지고,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도 금지된다. 비행중인 항공기나 전투기는 시험장 소재 지역 상공에서 1만 피트 이상의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에서 드문 국가적인 일이다.

이러한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흔들리고 있다. 몇 과목을 절대 평가로 할 것인가를 놓고 도마 위에서 계류 중이다. 수시 전형으로 뽑는 비율이 금년에 80% 가까이 되고, 수능 최저 등급이 없거나 약화되면서 수능의 비중이 낮아지고 학생부 종합전형이 점차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편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며 수능을 다시 확대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대학이 가르치는 경쟁을 해야지 뽑는 경쟁을 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 대학 입학 전형 방법과 내용이 바뀌면 초·중·고 보통교육은 거기에 따라가게 된다. 더 많은 지식을 아는 것이 목표였던 지난 시절의 교육 내용이나 방법이 근본적으로 변해야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를 생각한다면 초·중·고의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 입학 전형 방법이 시대를 내다보며 선도해야한다. 다양한 인재를 뽑겠다는 수시 전형 방법이 천 가지가 넘는다. 그러자 대학 총장도 자신의 대학 수시 전형을 다 모른다며 단순화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금은 고전적인 입시 이야기 같지만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래도 입시 제도의 방향은 극미한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줄세우기 선발에서 ‘인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과 ‘신뢰’ 이 두 가지가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초등학교 5학년이 있었다. 이 초등학생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한 첫 행동은 공항에 가는 것이었다. 조종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공항에서 조종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반복했다. 금빛 테두리 모자를 쓴 조종사를 보면 인사를 하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부탁을 했다. 이 초등학생의 부탁은 비행기 조종실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비행기를 뜨게 하는 조종실이 너무나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조정실만 보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조종사는 호기심으로 치부하면서 ‘아직 어리다, 부모님과 함께 오너라, 다음에 보자’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조종사가 하도 눈빛이 애절하고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아 물어보니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데 조정실을 보여주면 꼭 꿈을 이루어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 조종사 덕분에 조종실을 견학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군사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한서대학교 항공 관련 학과에 입학해야 한다. 학생은 조종사가 되기 위해 아마추어 무선(HAM)으로 관제탑의 용어를 듣는 등 6년간 꿈의 비행을 했다. 고3 때에는 항공기에 관한 용어나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면접한 교수도 깜짝 놀랄 정도여서 그 초등학생은 꿈을 이뤘고, 진로 체험을 허락한 그 조종사에게 합격으로 보답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사례다. 어느 대학교에서 지원한 학생들의 자기 소개서를 보는데 한 학생이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자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봉사 활동을 했다’고 썼다. 처음에는 싱겁게 여겨 낮은 평가 쪽으로 분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입 자기 소개서를 장난삼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한 결과 이 학생의 봉사 이력은 대단했다. 전남 어느 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기계를 다루는 남다른 손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사는 마을뿐만 아니라 면 소재 어느 마을이고 농기계가 고장났다 하면 달려가서 고쳐 주고 도왔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경운기를 몰고 지역에 봉사했던 이 학생의 좋은 평판은 자자했다. 다만 봉사 시간과 확인서를 뗄 수 없었을 뿐이었다.

이런 학생들이 암기와 풀이 성적 몇 점 차이로 입시에 실패한다면 우리의 미래 사회는 어떻게 될까. 가난했던 후진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나아갈 때, 재래종 농림 6호 볍씨를 통일벼로 개량할 때, 우리의 교육은 ‘돛’ 역할을 했다. 그러나 쌀 200만 톤이 남아 보관 비용과 재고 처리가 문제인 지금, 교육이 우리 미래를 주춤거리게 만들 ‘덫’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저출산 인구 감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이 자녀 교육과 관련이 깊다.

다음 주 광주·전남지역 85개 시험장에서 3만7949명의 수험생이 평안한 마음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