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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광주 시립 제1요양병원의 미래
2017년 11월 01일(수) 00:00
지난 7월 광주 시립 제1요양병원에서 병원장이 80대 치매환자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병원 내 환자안전, 특히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노령 환자의 안전과 인권에 대해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 시민단체의 노력과 검찰의 수사로 병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결정적 증거인 폭행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삭제한 직원을 구속하는 등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하지만 CCTV 영상 폐기 지시를 고발한 공익제보자가 광주시의 담당 공무원 파견을 통한 특별 지도 감독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다른 직원들의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사직을 결정하였다 한다. ‘비판적 사고’ 없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상대방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며, 2차 대전 후 나치 전범을 재판하는 법정에서 말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광주시는 시립 요양병원과의 위탁 협약을 해지하고 담당 공무원을 파견하여 특별 지도 감독을 하고 있다. 신규 수탁자와 인수인계 때까지 투명하고 합리적인 병원 운영과 인수인계 시 적극 협조할 것,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해 환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 시의 특별 지도 감독 업무에 차질 없이 협조할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달 들어 광주시는 시립 정신병원과 제1요양병원을 운영할 새로운 민간 위탁자를 선정하기 위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였다. 올해 안으로 인수인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은 각각 296개 병상과 263개 병상 규모로 1998년과 2002년부터 민간 위탁자가 운영을 하며 정신장애와 치매노인 등에 대한 진료와 치료, 교육 등을 해왔다.

새로운 위탁자로 누가 선정되든 먼저 병원 내 인권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 요양시설 내 중요 장소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환자 안전 전담 인력의 실질적인 배치와 활동이 있어야 하며 요양복지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있어야 한다. 모두 경제적 부담이 되는 일들이다. 아무리 의학적, 윤리적, 경제적으로 건강한 민간 위탁 운영자를 선정한다 하여도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환자의 안전과 인권에 관한 문제와 시립병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공공의료 사업을 빠른 시기에 해결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눈치를 봐야 한다. 현행 의료체계 내에서는 어쩔 수 없다. 또한 한층 강화될 거라 생각되는 광주시의 지도 감독을 따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며, 감독의 강화가 의학적 판단의 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군데도 어려운데 두 군데의 눈치를 보기란 쉽지 않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진료만으로는 병원 정상화가 늦어질 수 있으며, 동시에 광주시 지도 감독에 따른 공공의료 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잘못되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만일 적자가 발생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감축, 시설 축소 등은 피할 수 없으며 공공의료에 관한 사업이 중도 포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의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커질 위험도 있다.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지난달 “이번 시립병원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립병원에서 발생한 일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과 시립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시립병원 혁신 TF팀’을 구성해 혁신 방향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의학적 판단이 중요한 환자의 진료에 대한 부분은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성을 확보해주고 공공의료에 대한 부분은 광주시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 최소한 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민간 위탁 사업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직접 맡아야 한다. 또한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광주시가 시 의료원의 형태로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이 또 다른 대안일 수 있다. 광주시와 의사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 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민단체 등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고용의 형태로 운영을 한다면 환자의 인권을 포함한 안전, 경영상의 여러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낮은 의료 수가를 비롯한 현행 의료제도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들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더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광주시가 병원을 직접 운영한다 해도 병원의 경영상 적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일산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적십자병원도 포괄수가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며 저소득층 의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