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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예수 성심 성월과 가엾은 마음
2017년 06월 16일(금) 00:00
6월은 예수 성심 성월이다. 예수님의 마음을 더욱 깊이 묵상하는 달이다. 하느님을 사랑하셨고 인간을 사랑하셨던 그분의 생애를 묵상하는 시기이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을 가까이하셨다. 의인이든 죄인이든 차별을 두지 않으셨다. 소유가 많건 적건 개의치 않으시고 모든 사람을 만나 주셨다.

살다 보면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멀리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기준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마음에 들기에 가까이하고, 마음에 들지 않기에 싫은 내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기준을 뛰어넘으셨다. 모두를 받아 주셨고 누구나 가까이 오기를 바라셨다. 예수 성심 성월에 특별히 묵상해야 할 부분이다.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은 중세 때 수도자들을 통해 시작됐다. 대중성을 띠며 교회 전반으로 퍼져나간 것은 16세기 이후이다. 1765년 클레멘스 13세 교황은 예수 성심의 ‘공적 공경’을 허락했고, 1856년 비오 9세 교황은 예수 성심 축일을 ‘전 세계 교회의 축일’로 확대했다. 1956년 비오 12세 교황은 ‘예수 성심 축일 설정 100주년’을 맞이해 예수 성심 공경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 회칙을 반포하면서 예수 성심 공경을 널리 권장했다. 교회는 1969년 전례 개혁 때 예수 성심 축일을 ‘대축일’로 격상하였고, 이 대축일을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을 지낸 뒤의 금요일로 지정했다. 올해는 6월23일이다.

예수 성심 신심의 목적은 인간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예수 성심과 함께 또 예수 성심을 통해 사랑으로 보답함으로써 첫째 계명, 즉 하느님 사랑을 더욱 효과적이고 온전하게 이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성심 신심은 단순히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거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무한한 사랑, 목숨까지 바친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을 예수 성심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 성심 신심의 가장 확실한 응답은 사랑의 실천이요 사랑의 보답이다.

예수의 성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엾은 마음이다. 복음에서 가엾은 마음이라는 표현은 마태오복음에서 네 번(9장 36절, 14장 14절, 18장 27절, 20장 34절) 마르코복음 두 번(1장 41절, 6장 34절), 루카복음 세 번(7장 13절, 10장 33절, 15장 20절) 나왔고, 가엾은 마음을 들게 한 것은 불쌍하고 가난하고 아프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었다.

지난 1987년 그리고 1980년, 그리고 1960년 이 나라의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은 주로 젊은 청년의 죽음이었다. 이한열, 박종철, 김주열, 5월 광주의 시민군들 그리고 자녀를 잃은 부모들, 그리고 그 죽음을 보고 미안한 마음과 가엾은 마음이 들었던 사람들이 그 죽음의 억울함에 같이 분노하였던 것이다.

이번 촛불과 대통령 해임의 배경에는 세월호 아이들과 물대포를 맞고 죽어간 농민 백남기의 죽음이 있었다. 그들의 죽음을 모른 척 하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가엾은 마음이 있었다. 아직도 길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이 있고, 우리가 백남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평범한 시민의 마음이 이 나라의 민주화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업으로 하는 이들은 다른 것 같다.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업자’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5·18 기념식이나 현충일 기념식에서 다리를 길게 뻗고 자거나, 청문회에서 국민의 생각과 전혀 다른 질문을 하고,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당론으로 세우고 있다. 그들에게 국민은 가엾은 마음이 들지 않은 이들이거나 충분히 무시해도 되는 이들이 아닐까?

저 멀리 런던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하면 어떻게 해? 지나가다 가게에 상중(喪中)이라는 메모가 붙여있으면 어떻게 해? 누가 다쳤다 하면 어떻게 해?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누군가 내 옆에서 이야기를 하면 적어도 세 번은 머리를 끄덕이며 그래서? 해야 하고 누가 슬퍼하면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내 일처럼 울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게 예수의 마음, 예수 성심이다. 내가 사랑을 받았으면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표를 찍어 응원해주었으면 그 마음을 받아야 한다. 뭐든 반대하느라 국민의 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누가 그들을 사랑해주었는지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