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8>이젠 자연해안 복원 논의할 때
간척, 자연이 준 혜택에 비할까
천혜의 비경과 자원을 간직한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 상당 부분이 간척과 바다 매립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다.
농지와 산업단지 건설이라는 명분으로 방조제를 세운 뒤 땅을 넓히고 신규 어항 및 리조트 건설을 위해 바다를 조금씩 매운 것이 이제는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을 좀처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원형을 잃은 것이다.
환경보호단체와 활동가, 전문가들은 그러나 갯벌을 비롯한 자연해안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을 고려한다면 간척과 바다매립을 통한 이익은 미미하다며 개발행위를 중단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훼손된 자연해안을 복구하는 방안을 연구한 뒤 행동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한다. 간척지 앞 방조제 수문을 열어 강이나 인공호수 안의 물이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들게 하면 망가졌던 자연해안이 되살아나고 막혀있던 강이나 호수의 수질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남에서도 영산강 하구둑을 열어 해수와 담수가 만나도록 해야한다는 논의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일보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해남, 나주, 영암, 목포, 영광 등 전남의 해안 곳곳을 살펴본 결과, 자연해안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곳은 찾기 힘들었다. 농지와 산업용지 확보를 위한 간척, 각종 시설 건립과 해안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바다 매립으로 인해 훼손된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자연해안의 훼손 정도는 더 또렷해진다.
총 6743.27㎞에 이르는 전남의 자연 해안선 가운데 육지부는 2682.25㎞(40%), 도서부 해안선 4061.02㎞(60%)이다.
육지부(영광∼목포∼광양)의 경우 2682.25㎞ 가운데 1313.38㎞(48.9%)는 인공 해안선으로, 개발로 인해 자연해안선이 사라진 것이다.
구불구불하고 기다란 전남의 해안은 예로부터 양식과 채취를 가리지 않고 많은 수산물을 안겨줬고 갯벌을 비롯한 해안 곳곳이 간직한 천혜의 비경은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다 매립과 간척, 항만 및 어항 건설 등 연안개발 행위로 전남의 해안의 절반 가량은 본래의 모습을 이미 잃었고 현재도 변화는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남의 갯벌 면적이 10분의 1가량이 사라졌다. 갯벌을 비롯한 자연 그대로의 해안에 기대 양식이나 수산물 채취 따위로 생업을 꾸리던 어민들은 터전을 잃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도 영산강하구둑이 들어선 지난 1981년 이후 바다로 향하지 못하고 썩어가는 호수 신세로 전락했다. 나주시 동강면에서 만난 영산강 어부 이대형(76)씨는 “60년째 마을 앞 영산강에서 고기를 낚고 있지만 하구둑 건설과 4대 강 사업으로 들어선 수중 보 때문에 고기가 씨가 말라버렸다. 인간도 살고 자연도 살려면 강과 바다를 가로막는 하구둑과 수중보부터 철거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갯벌의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개발행위 중단, 훼손된 자연해안 복원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진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해양생태계 관련조사)에 따르면 해안을 구성하는 대표적 자원인 갯벌의 단위면적당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로 조사됐다.
연간 갯벌(전체면적 2487.2㎢)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15조7000억원(1㎢당 63억여원)으로, 면적이 넓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전남의 갯벌 가치는 6조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산물 생산기능, 수질 정화기능, 여가 제공기능, 서식처 제공기능, 재해방지 기능을 고려한 것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갯벌의 잠재적 가치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아쉽게도, 전남 갯벌 면적은 지난 1987년 1179.10㎢이던 것이 지난 2013년에는 1044.40㎞로 무려 134.7㎢가 줄었다. 축구장 1만9000개 면적의 갯벌이 증발한 것이다.
갯벌을 연구하는 학자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에 따르면 갯벌을 비롯한 연안의 가치는 사실상 무한대이다. 국토 확장과 농지면적 확대, 조선 등 산업용지 확보 등 연안 개발의 명분과 손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갯벌로 대표되는 자연 해안의 가치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농지나 산업용지 확보를 명분으로 진행된 영산강 하구둑 건설, 바다 매립으로 우리가 득을 본 게 뭐냐. 전남이 잃어버린 돈은 얼마며 잃어버린 미래를 상상해보라”면서 “개발보다는 보전과 제한적 이용, 파괴된 연안의 복구를 논의해야할 시점이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10월 광주·전남 환경단체 등이 영산강 하구 생태 복원과 하구둑 개방을 추진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영산강 기수 수생태 복원협의회’라는 협의체에는 목포 환경운동 연합, 영산강 살리기 운동본부, 남도 에코센터 등 47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수(汽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을 가리킨다. 영산강 기수 수생태 복원협의회가 농지 침수 가능성 등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하구둑 개방운동을 펼치기로 하면서 영산강이 다시 옛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사가현(규슈) 어부들의 방조제 수문 개방 투쟁이 전남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달 23일 사가현에서 만난 히라카다 노부키요(64)씨는 “수문을 열면 회복된다. 바다와 갯벌이 살아나고 고향 마을이 되살아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정부를 상대로 한 십여 년간의 법정 투쟁, 선상 시위를 멈출 수 없었다”면서 “어업인, 농업인 등 개발행위 피해자들이 조직된 힘을 갖춰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끝〉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농지와 산업단지 건설이라는 명분으로 방조제를 세운 뒤 땅을 넓히고 신규 어항 및 리조트 건설을 위해 바다를 조금씩 매운 것이 이제는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을 좀처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원형을 잃은 것이다.
나아가 훼손된 자연해안을 복구하는 방안을 연구한 뒤 행동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한다. 간척지 앞 방조제 수문을 열어 강이나 인공호수 안의 물이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들게 하면 망가졌던 자연해안이 되살아나고 막혀있던 강이나 호수의 수질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남에서도 영산강 하구둑을 열어 해수와 담수가 만나도록 해야한다는 논의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자연해안의 훼손 정도는 더 또렷해진다.
총 6743.27㎞에 이르는 전남의 자연 해안선 가운데 육지부는 2682.25㎞(40%), 도서부 해안선 4061.02㎞(60%)이다.
육지부(영광∼목포∼광양)의 경우 2682.25㎞ 가운데 1313.38㎞(48.9%)는 인공 해안선으로, 개발로 인해 자연해안선이 사라진 것이다.
구불구불하고 기다란 전남의 해안은 예로부터 양식과 채취를 가리지 않고 많은 수산물을 안겨줬고 갯벌을 비롯한 해안 곳곳이 간직한 천혜의 비경은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다 매립과 간척, 항만 및 어항 건설 등 연안개발 행위로 전남의 해안의 절반 가량은 본래의 모습을 이미 잃었고 현재도 변화는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전남의 갯벌 면적이 10분의 1가량이 사라졌다. 갯벌을 비롯한 자연 그대로의 해안에 기대 양식이나 수산물 채취 따위로 생업을 꾸리던 어민들은 터전을 잃었다.
남도의 젖줄 영산강도 영산강하구둑이 들어선 지난 1981년 이후 바다로 향하지 못하고 썩어가는 호수 신세로 전락했다. 나주시 동강면에서 만난 영산강 어부 이대형(76)씨는 “60년째 마을 앞 영산강에서 고기를 낚고 있지만 하구둑 건설과 4대 강 사업으로 들어선 수중 보 때문에 고기가 씨가 말라버렸다. 인간도 살고 자연도 살려면 강과 바다를 가로막는 하구둑과 수중보부터 철거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갯벌의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개발행위 중단, 훼손된 자연해안 복원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진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3년 발표한 자료(해양생태계 관련조사)에 따르면 해안을 구성하는 대표적 자원인 갯벌의 단위면적당 가치는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로 조사됐다.
연간 갯벌(전체면적 2487.2㎢)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15조7000억원(1㎢당 63억여원)으로, 면적이 넓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전남의 갯벌 가치는 6조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산물 생산기능, 수질 정화기능, 여가 제공기능, 서식처 제공기능, 재해방지 기능을 고려한 것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갯벌의 잠재적 가치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아쉽게도, 전남 갯벌 면적은 지난 1987년 1179.10㎢이던 것이 지난 2013년에는 1044.40㎞로 무려 134.7㎢가 줄었다. 축구장 1만9000개 면적의 갯벌이 증발한 것이다.
갯벌을 연구하는 학자 전승수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에 따르면 갯벌을 비롯한 연안의 가치는 사실상 무한대이다. 국토 확장과 농지면적 확대, 조선 등 산업용지 확보 등 연안 개발의 명분과 손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갯벌로 대표되는 자연 해안의 가치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농지나 산업용지 확보를 명분으로 진행된 영산강 하구둑 건설, 바다 매립으로 우리가 득을 본 게 뭐냐. 전남이 잃어버린 돈은 얼마며 잃어버린 미래를 상상해보라”면서 “개발보다는 보전과 제한적 이용, 파괴된 연안의 복구를 논의해야할 시점이다”고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10월 광주·전남 환경단체 등이 영산강 하구 생태 복원과 하구둑 개방을 추진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영산강 기수 수생태 복원협의회’라는 협의체에는 목포 환경운동 연합, 영산강 살리기 운동본부, 남도 에코센터 등 47개 단체가 참여했다. 기수(汽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을 가리킨다. 영산강 기수 수생태 복원협의회가 농지 침수 가능성 등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하구둑 개방운동을 펼치기로 하면서 영산강이 다시 옛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사가현(규슈) 어부들의 방조제 수문 개방 투쟁이 전남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달 23일 사가현에서 만난 히라카다 노부키요(64)씨는 “수문을 열면 회복된다. 바다와 갯벌이 살아나고 고향 마을이 되살아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정부를 상대로 한 십여 년간의 법정 투쟁, 선상 시위를 멈출 수 없었다”면서 “어업인, 농업인 등 개발행위 피해자들이 조직된 힘을 갖춰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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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