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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호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제조업 트렌드 변화와 지역
2016년 05월 23일(월) 00:00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가 많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 최근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혁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의 부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과거에는 제조 분야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됐지만 이제는 제조 전 단계(연구개발, 제품 기획, 디자인 등)와 제조 후 단계(마케팅, 서비스 등)에서 훨씬 큰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제조 이전 및 이후 단계의 기능은 본국에서 직접 수행하는 반면에 제조 기지는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로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연구 개발이나 디자인·서비스 등이 제조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조 분야의 경쟁력과 연구 개발이나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그 연결의 포착이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제조업이 떠나면 숙련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제조 기술 향상을 지원하는 연구원, 디자이너, 컨설팅, 설계, 엔지니어 기술자 등도 할 일이 없어진다. 원재료 공급 업체도 제조 공장을 따라 이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이들 간의 지식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혁신이 멈추게 된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된 광범위한 고부가가치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제조업이 개도국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상품을 수입해야 함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불어난다.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업과 비교하여 제조업은 성장할수록 근거지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된다. 강한 잠재력을 가진 지역 제조업의 육성과 성장 방안을 고민하고 대안이 도출되어야 할 시점이다.

독일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OECD 평균 15%)이다.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키워드는 세계 최대 수출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강소기업 미텔스탄트(Mittelstand·중견기업)와 히든 챔피언이 즐비한 독일이 들고 나왔다. 이는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에서 낮은 생산원가를 무기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제조 기반을 흡수한 점, 한국 등 후발 주자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인해 선두 주자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뒤를 준비하는 의지이고 선행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저임금 국가로 나갔던 선진국의 제조 공장(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일부 선진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리쇼어링(reshoring)이 대세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조하는 오프쇼어링은 기업 경영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유턴하고 있다. 중국에서 애플 제품을 생산하던 폭스콘이 미국에 공장을 세웠다. 포드는 중국·멕시코 등에 있던 공장을 모두 미국으로 옮긴다는 발표를 했다.

가전업체 월풀도 중국에 있던 믹서 생산 라인을 미국 오하이오 주 그린빌로 이전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제조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와 폴크스바겐이 중국이 아닌 미국 공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의 저임금 요소보다 미국의 비임금 요소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다는 뜻이다.

이들 기업에는 인건비보다 제조 공장이 위치한 곳의 노동생산성, 노동유연성, 고객접근성, 지자체 지원 사항, 현지 시장 트렌드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 강국이었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리쇼어링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조선·자동차·철강·화학 산업이 주춤하면서 성장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으며, 이들 산업은 우리 지역의 경제를 지탱해 온 큰 축이다. 자동화와 첨단화를 뛰어넘는 스마트화와 같은 미래 제조업으로의 방향 설정과 혁신에 있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열세는 더욱 심화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버릴지 모른다.

제조 기반은 해외로 이전되고 국내에서는 점차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현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해당 기업의 혁신 의지와 중앙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며 지역의 역할도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자세가 아닌 지역 내 제조업의 미래에 요구되는 지역 내 인력 양성, 노사 협력, 중앙정부 자원과 지자체 자원의 상호 보완적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해 미래의 제조업 환경에서 혁신의 발원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