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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전 문화부장관에 대한 기억
김 하 림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2015년 09월 21일(월) 00:00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시험 개관한 지 얼추 한 달이 되어 간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부터 계산하면 13년이 흘렀고, 2005년 착공 시점부터 계산하면 10년이 지난 셈이다. 전당이 먹잘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할지, 언젠가는 배부를 ‘첫술’이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고, 시중의 여론이나 평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은 듯하다. 11월의 개막식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또 정식 개관이라 하더라도, 구도청 리모델링 작업이 완료되어 ‘민주평화교류원’까지 운영되는 것이 완전한 개관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평가나 판단은 시기상조이다.

9월 초 개막 전시를 관람하러 전당 입구를 내려가면서 뇌리에 떠오른 사람 중의 하나는,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진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장관 이창동 씨였다. 참여정부 인수위 시절과 출범 초기, 지역에서는 DJ정부 시절의 잘못(?)과 찬밥(?)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역의 여러 현안과 과제들을 선정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지역과 정부의 역할을 논의하는 작업이 진행되었고, 이 중의 하나였던 ‘문화수도’를 필자가 담당했다. 준비 작업을 하면서 이창동 장관과의 토론회를 기획했다. 토론회 준비를 위해 이 장관과의 통화와 이메일이 자주 오갔다. 기억해 보면, 처음 이 장관은 광주 ‘문화수도’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다. 문화에 과연 ‘수도’가 있는 것인지, 있어야 하는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예산과 규모 등 여러 어려운 문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이 장관은 “광주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광주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하나요?”라고 늘 물어보았다. 구체적 방향이나 계획이 수립되기 전이지만, 이 장관은 ‘광주’와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을 항상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 후 부산에서 이 장관과 토론회를 함께 한 경험이 있는데, 토론회가 끝난 후 이 장관은 여전히 필자에게 ‘광주’를 물어보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문화부장관은 계속 바뀌었고, 실무 담당자들도 자주 바뀌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 장관만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광주를 함께 고민한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 보지 못했다. 툭하면 지역이 너무 개입하네, 지역의 수준이 문제이네 하는 말은 자주 들어 보았지만, ‘광주-한국-아시아-세계’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관료는 드물었다.

국가의 장기적 전략을 위한 국책사업도 있지만, 한편으로 국책사업은 정부가 특정 지역의 장점을 살리거나,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역량을 집중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전북 새만금’, ‘대구 밀라노프로젝트’,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등이 역대 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이다. ‘새만금’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섬유산업의 도시 대구를 패션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밀라노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그 이유는 패션에 대한 정부와 지역의 역량이 미스매치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화전당은 우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실험적인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이런 문화시설을 운영해본 경험은 전무하다. 그렇다면 주무 부서인 문화부에서는 계획의 수립과 진행을 주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초기에 ‘복합문화시설’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노력했어야 했다. 유능한 직원들을 선발해서 최소 1년 이상 ‘퐁피두’를 위시한 여러 복합문화시설에 보내 학습을 시켰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인력들이 광주에 근무하면서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를 무척이나 실망시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젊고 의욕 있는 인력을 선발해서 2∼3년 세계적인 복합문화시설에서 연수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완성된 아시아문화전당은, 설령 2023년 특별법의 시효가 소멸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몇 백 년 넘게 광주에 존재하면서 문화적 폭발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첫술은커녕 마지막 숟가락’에도 배부르기 어렵다는 것은, 오랜 ‘예향’의 전통을 지닌 지역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이고 현실이다. 지역은 조급해 하지 않는다. 정확하고 올바르고 투명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기다리고 더 희생적으로 참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