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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지사와 기자 사이
장 필 수
정치부장
2015년 03월 25일(수) 00:00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어느덧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190만 전남도민을 이끄는 ‘이낙연호’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양새로 순항 중이다.

이낙연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남을 속속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브랜드 시책으로 제시한 ‘가고 싶은 섬’과 ‘숲속의 전남’은 전남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민선 6기 들어 화두가 된 호남 3개 광역자치단체간 상생도 이낙연 지사가 주연이다. 민선 5기 때 소원해진 광주를 먼저 끌어안은 뒤 광주·전남에 피해의식이 강한 전북도를 상생이란 무대로 이끌었다. 송하진 전북지사를 만나서는 자신들의 부인이 ‘전여고’(이 지사의 부인은 전주여고, 송 지사의 부인은 전남여고) 출신이란 인연을 들어 송 지사의 닫힌 마음을 열었다.

인사도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측근을 위한 낙하산 인사도 거의 없고, 공무원들의 승진인사에서도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일부 공무원들이 ‘안방마님’에게 줄을 대려고 공관장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지난 10년간의 관성 탓으로 치부해도 될 듯 싶다.

취임 초부터 실천하고 있는 ‘막걸리 소통’에 대한 반응도 괜찮다. 바쁜 일정에도 시간만 나면 막걸리 잔을 기울이려는 노력에 직원들은 물론 의원과 기자들도 기꺼이 마음을 열고 있다.

하지만 도청 내부를 들여다보면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재를 위해 지사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간부들이 많다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 봐야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한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내놓는 공무원들의 태도에서도 일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임 박준영 지사 때는 10년 임기의 마지막에도 보도자료를 낸 해당 실과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전화나 문자로 보도를 부탁하는 열정(?)이 있었다.

이낙연호 항해 초기부터 이런 현상이 사라진 것은 나서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실수를 드러내 꾸중을 들을 바에야 몸을 사리는 게 낫다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탓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 지사를 ‘이 기자’로 부르기도 한다. 현안을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도자료 문구까지 직접 챙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그의 적확한 단어 사용은 흡사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연상시킬 정도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적도 있다.

그의 단어 사용은 연금술사에 버금간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영암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선 같은 당 전동평 후보를 가리켜 ‘이낙연의 마음이 곧 전동평의 마음’이라며 ‘이심전심’에 빗대어 표현했다. 얼마 전 영암군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전 군수는 이심전심을 상기시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지사는 요즘 ‘중대장론’을 강조하고 있다. 도청 중간 간부인 계장과 과장들이 중심이 돼 역할을 해야 도정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배경에는 계장과 과장들이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데 대한 불만이 깃들어 있다. 급기야 정무라인에선 현장에서 지사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해 전달하는 ‘워딩 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지만 세밀한 차이로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전 조직원이 움직여야 한다. CEO는 디테일보다 큰 틀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기자와 국회의원이란 직업은 단독 플레이로도 능력 발휘가 가능하지만 도지사는 다르다. 이 지사는 기자와 국회의원으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도정 홍보에 신경 쓰기 전에 F1 정리 문제, 호남 상생발전 방안, 공항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는 콘텐츠가 먼저다. 조직원들을 다독여 성과를 내는 행정가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