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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척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 재 호
사회부장
2015년 03월 18일(수) 00:00
부패 방지법으로 불리는 ‘김영란법’이 통과된 후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총리는 방위사업 비리, 해외자원개발 관련 배임 논란,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횡령 등 구체적인 사례까지 지목했다. 검찰은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펼쳤다. 총리 담화를 시작으로 서슬 퍼런 사정의 칼날이 집행되는 양상이다.

사실 부정부패 척결은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도 늘 있어 온 단골 메뉴였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처음은 아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대혁신을 최대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 부정부패를 향한 칼날을 빼들었었다.

따라서 이 총리의 부정부패 발본색원 담화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역설적으로 역대 정권과 이번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그렇게 강조해 왔는데도 뿌리 뽑히지 않은 가운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방산 비리만 보더라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앞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관피아’ ‘해피아’ ‘교피아’ 등 부패의 고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참담하게 했었다. 반부패 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4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75개 나라 중 43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하위권인 27위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영국의 명재상 글랜드스톤은 “부정부패는 국가를 몰락시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라고 했다. 로마 제국의 멸망과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20세기 러시아 10월 혁명도 왕족과 귀족들의 부정부패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그만큼 부정부패는 한 나라의 흥망성쇄와 직결된다. 윤리적 부패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부정부패 척결은 최근 중국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4개 전면’(四個全面)을 적극 제시하고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중국 공산당부터 새롭게 정신무장을 한 뒤 법치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사회를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2021년까지 중국 국민 모두가 배부르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회에 진입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역시 새로운 중국을 위해서는 부정부패 척결이 선결 과제라는 점에 대해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그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독을 치료하기 위해 뼈를 깎아 낸다는 뜻의 ‘괄골요독’(刮骨療毒)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뼈를 깎아 내고 손목을 잘라 내는 장수의 용기를 갖고 당풍염정(黨風廉政·당의 기풍과 청렴한 정치)을 건설하고 반부패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괄골요독’은 삼국지에서 관우가 적군 화살에 맞은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겨 난 고사성어이다. ‘장사단완’(壯士斷腕: 독사에 물린 손목을 잘라내는 장수의 용기)은 ‘작은 것을 희생하고 전체를 보전한다’는 뜻으로 당(唐)나라 시인 두고(竇皐)가 지은 ‘술서부’(述書賦)가 출전이다.

조선은 부정부패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처벌을 했다. 그것은 고려가 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뇌물죄를 장물 ‘장’(贓) 자와 더러울 ‘오’(汚) 자를 써서 장오죄(贓汚罪)로 다스렸는데 역모 다음으로 엄하게 처벌했다. 또 부패 관리들을 처벌한 뒤에도 그 명단을 장안(贓案) 에 적어서 따로 관리했다.

장안에 등재되면 본인은 물론 자손들도 벼슬길에 나갈 수 없었으며 사위까지 그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장오죄에 한 번 걸리면 딸의 혼삿길까지 막히게 됐다. 뇌물 한 번 잘못 쓰면 그야말로 패가망신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엄격한 부정부패 방지법을 작금의 대한민국에 적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기왕 부패척결에 대한 칼날을 세웠으니 성역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이 총리와 세월호 사건 후 국가 대혁신을 주창한 박 대통령이 이번에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부패척결의 결연한 의지를 실천해 줬으면 한다.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