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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호(號)의 경고등
김 미 은
문화1부장
2014년 10월 15일(수) 00:00
어느 금요일 오후, TV 리모컨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 화제는 김현 의원과 대리기사 폭행사건. 평일 오후 시간 4개의 종편 채널은 쉴 새 없이 기사와 좌담 등을 쏟아냈다. 한 시간 전 저쪽 방송에서 비난을 퍼붓던 사람이, 금세 다른 방송으로 옮겨와 열변을 토했다.

확인되지 않는 ‘설’이 난무하고 인격 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약속을 마친 후 밤 10시 쯤 택시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택시 기사 역시 동일 사건을 다룬 프로를 청취 중이었다. 50대 중반 기사가 듣고 있는 건 공중파가 아닌, 팟 캐스트. 자연스레 사건 이야기가 나왔고, 기사는 “TV, 라디오 뉴스에서 나오는 건 다 거짓”이라며 “국민 TV를 꼭 보라”고 했다.

어느 언론이 사실을 말하는가의 여부를 떠나, 나라가 완전히 반으로 쪼개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시장 취임 후 광주 문화판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소통 없이 꽉 막혀 있는 느낌, 논의나 대화 없이 한쪽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기분이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마이웨이’.

광주시 산하 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대표적이다. 오늘 공모 마감을 앞둔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오래 전부터 내정설이 파다했던 자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장직을 맡아 비전을 펼쳐보이고 싶었던 이들은 주춤하게 된다.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인사는 답답한 마음에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마음을 접었다.

자리를 둘러싼 논란 뿐 아니라 문화계 이곳저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아졌다.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사항을 들이미는 경우도 눈에 띈다. 자신들이 함께 꿨던 ‘꿈’의 실현을 위한 의견이 아니라, 개개인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좇는 의견들 뿐이다.

사실, 새로운 세력이 입성하면 새로운 세력이 뜨는 건 일정 부분 용인된다. 권력자를 등에 업은 ‘시장의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그래서 일련의 사건을 두고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당신들은 깨끗했냐”며 항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윤장현 시장이 ‘공천 테러’라는 비난 속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던 건 기존행정가, 정치인 시장과 다른 ‘새로움’을 바랬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민사회 활동으로 다져진 도덕성과 공정성에 높은 점수를 줬던 이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에서 멀었던 젊은층, 문화계가 적극 지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윤 시장의 초반 성적표는 초라하다. ‘세월오월’ 사건과 관련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경고등이 울렸다. 일련의 인사 문제는 기름을 부었다.

윤 시장은 다양한 대화 창구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물론 무작정 발목 잡기가 아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의 ‘선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격렬히 토론하고, 싸우지만 도출된 의견을 실행하는 데 ‘올인’ 하는 게 바로 윤시장이 몸담았던 시민사회의 장점이 아니던가.

광주 문화계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비엔날레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앞두고 있다. 2기 대표 체제를 맞은 문화재단도 기금 확충, 독립성 확보, 사업 재편 등 해결 과제가 많다.

며칠 전 부산국제영화제 취재를 다녀왔다. 내년이면 스무살이 되는 영화제 측은 올해 성장통을 끝내고 성년을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부러웠다. 20년 된 광주비엔날레는 다시 또 성장통을 앓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16년간 영화제를 이끌었던 김동호 명예위원장이 남긴 유산 두 가지를 들었다. 초심과 청렴. 초창기 함께 그렸던 꿈을 잃지 않는 것, 겸손과 반성. 그리고 사욕을 챙기지 않는 것. ‘자리’만 탐하고, 정작 ‘비전’은 함께 나눌 생각이 없는 자, 자리를 차지하면 군림하고, 세를 과시하려는 이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윤장현 호(號)가 문화계, 나아가 광주 전체에 남길 유산은 과연 무엇일까.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