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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개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 후 식
편집부국장
2014년 10월 01일(수) 00:00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반대에도 22조 원을 들여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4대강사업을 강행했다. 임기 내 완성을 위해 영산강의 승촌보 등 16개 보(洑) 공사를 불과 3년 만에 끝내버렸다. 그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등은 무시됐다. 이후 4대강 곳곳에서는 수질악화와 환경파괴, 생태계 교란이 확인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총체적 부실로 판명났다. 이를 개선하는데 수십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라리 원상 복구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영남 인맥 중심의 불통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 와중에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예산, 인사, 공약이행 등 각 분야에서 홀대를 절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서 호남 출신 장관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라 한다. 5년 전 90%대에 이르던 광주·전남의 국비반영률은 올해 50%대까지 추락했다.

‘나홀로 국정운영’은 비단 이들 대통령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 상당수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임기 5년을 보장받은 대통령에게 힘이 쏠리면서 나타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다. 친인척 비리 등 부정부패를 양산했고 권력의 오남용도 잇따랐다. 성과에 급급한 무리한 정책 추진이나 책임정치의 실종, 조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은 단임제가 낳은 부작용으로 꼽힌다.

여야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150일간 극한 정쟁만 일삼은 최근의 ‘불임국회’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집중되다보니 입법부는 거수기로 전락하고 삼권분립은 말뿐이다.

특히 승자 독식의 선거에서 51대 49로 이긴 자는 49의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외면하고 심지어 적대시한다. 안철수 의원은 “우리 정치는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독재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년째 이어진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자인 우윤근 의원 등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 남용으로 인한 폐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사람보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다.

중앙집권의 폐해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도 헌법에 권력이양과 자원배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부터 국회의원 모임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다. 148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1일 만나 올 연말까지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을 공론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유력 정치인 한두 사람에 의해 제기되던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공감대가 높다는 얘기다.

개헌 논의가 대통령 임기 초반에 진행되는 것도 좋은 신호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차기 총선·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대통령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 과제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적 요구도 높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헌법 개정의 큰 틀로는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고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책임제 등이 거론된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는 지난 5월 6년 단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국회 양원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놓았다.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등 주로 외치에 전념하고, 국무총리에게 행정부 수반 지위를 부여해 내치를 전담하도록 했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국민 직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조문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권 핵심부는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향후 개헌 논의에는 국회의원들의 추진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출범한 여야의 혁신 특위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저 지지율에 허덕이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을 추스르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