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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과 교황의 방한이 남긴 것
최 재 호
사회부장
2014년 09월 03일(수) 00:00
최근 한국 사회엔 두 가지 뜨거운 열풍이 지나갔다. 하나는 영화 ‘명량’이다. 1597년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 대첩’. 이를 영화화한 명량은 작품성이나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한국 영화 사상 첫 관객 17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이 영화를 본 셈이다.

또 하나의 열풍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고 약한 이들을 먼저 챙기는 서민적 교황의 성스러운 온기는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고, 정신적 힐링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종교를 떠나 교황의 말씀과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 사회를 정화시켜 주었다.

이러한 두 가지 열풍의 근간에는 ‘참어른’ ‘진정한 리더’ 를 갈망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모두들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리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종교적 리더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은 것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을 직접 집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굽어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 시대와 역사를 뛰어넘어 함께 한 모습은 역경의 시대에 불통으로 일관하며 분열된 한국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동안 군림하는 사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헌신과 배려로 감싸안는, 올려 보는 리더가 아닌 끌어 주는 리더의 모습을 갈망했다. 따라서 독선과 불통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뜨겁고도 절실한 목소리를 들려 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순신 장군에게 그토록 열광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빈틈없는 자세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헤쳐 나갔다. 그가 보여 준 여러 가지 리더십 가운데 ‘위기관리 리더십’은 예나 지금이나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볼확실성의 시대.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뿐만 아니라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나타내는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가 높은 리더가 요청되고 있다. 바로 그 역경지수가 그 누구보다 높은 분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적과의 싸움에 있어 항상 선봉에 섰으며 전쟁이 끝나면 부하의 공을 앞세웠다. 전쟁에서 희생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부하들과 활쏘기 연습도 같이 하고 글을 가르쳤는가 하면 술도 같이 하며 위로했다.

죽은 부하들이 있으면 그들의 사체를 거두어 고향에 묻힐 수 있도록 해 주고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쌀을 보내 주기도 했다. 임금에게 승전보고서를 올릴 때는 부하의 공을 앞세웠으며 심지어 종들의 이름까지도 적었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 부하들은 마음속 깊이 존경하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웠다. 그가 보여 준 겸양의 미덕 또한 어부·농부·종들로 이뤄진 수군을 무적함대로 만드는 초석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어떤가. 방한 4박5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그 어느 지도자도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 했다. 대통령도 외면한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어느 종교 지도자들도 보여 주지 못했던 희망을 선사했다. 그의 방한으로 한국 사회의 가난한 이들,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목소리를 빼앗겼던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교황이 전한 수많은 메시지와는 별개로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과 진정성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잊어 버렸던 것, 그토록 찾았지만 보지 못했던 그 어떤 모습, 또 그렇게 닮고 싶었던 그 얼굴에 매료됐다.

교황은 ‘불통의 시대’에 ‘공감’이라는 소통법을 제시했다. 4박5일 동안 그가 말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했다. 권위는 벗어 내던지고 상대를 배려하며 하인 중의 하인으로 스스로를 낮춘 교황의 소통법은 작금의 한국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순신 장군은 영화에서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보다 정쟁이 먼저인 정치인으로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애국혼’이다. 입만 열면 민생을 들먹이면서도 상대방을 적으로 여겨 대화를 외면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이 영화 명량을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렵게 한국 사회에 온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순신 장군을 이대로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 가정과 사회에서 그리고 특히 정치인들과 국가 경영자들은 필히 두 분의 리더십을 배워 실천해야 할 것이다.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