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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관
2014년 07월 16일(수) 00:00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난 1988년에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유명 영화 감독 토토가 고향 마을 극장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고향인 시칠리아 섬으로 돌아온 그는 가난했던 어린시절, 아들처럼 자신을 보살펴주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주던 알프레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웃었고 라스트신에서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키스신을 검열하는 신부, 알프레도가 토토를 자전거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는 장면, 얼마나 많이 봤는지 대사를 외우는 관객 등 그 당시 시골 극장의 정겨운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두 주인공이 돈이 없어 영화관에 올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동네 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사기를 돌리던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시골 소년 토토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건 이 작은 영화관이었다.

지난해 전북 김제에서도 ‘시네마 천국’과 비슷한 마을 극장이 문을 열었다. ‘지평선 시네마’라는 이름의 작은 영화관으로 평소 영화를 구경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김제시가 마련한 것이다. 지난 1993년 마을의 마지막 극장이었던 제일극장이 문을 닫은 지 꼭 20년 만이다. ‘영화속’ 시칠리아 섬 주민들이 가난 때문에 극장에 가지 못했다면 김제 주민들은 영화관이 없어 부득이하게 영화와 담을 쌓았다. 물론 극장이 사라진 후 간혹 시청이나 문화단체에서 학교 강당 등을 빌려 흘러간 영화를 틀어주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마치 이벤트처럼 가뭄에 콩나듯 맛보는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껴 60여리 떨어진 전주로 원정관람을 떠났다. 말이 원정관람이지 4인 가족이 영화 한편을 즐기려면 차비와 밥값, 관람료 등으로 10만 원 이상 지불해야 했다. 이쯤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작은 영화관인 지평선 시네마는 김제시가 5억5000만원, 전라북도 3억5000만원 등 총 1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김제 청소년수련관 1층(2개관·총 99석 규모)에 꾸며졌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까지 5차례 최신 영화를 상영하며 관람료는 5000원으로 도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보다 저렴한 편이다. 마을에 극장이 생기면서 주민들의 일상에 활기가 넘치게 된 건 물론이다.

사실 김제시처럼 영화관이 사라진 곳은 전국 지자체 중 109개나 된다. 특히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구 중 극장이 없는 지역이 무려 19곳이나 된다. 극장은 고사하고 영화 DVD조차 상영할 문화시설이 없는 절대소외 지역도 7곳에 이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남은 1인당 연간 영화 관람횟수가 1.72편으로 전국 평균 3.84편(작년 말 기준)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전남도가 오는 2018년까지 예산 190억 원을 투입해 영화관이 없는 19개 시·군에 작은 영화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모쪼록 이들 작은 영화관이 마을 주민들의 문화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작은 영화관은 문화융성의 작은 시작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