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경쟁 속에서 한 그릇의 자비를 보다 - 김해리 동신대 한의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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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쟁을 일상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입시와 취업, 승진과 성과, 순위와 평가 속에서 타인을 이겨야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회. 누군가의 탈락이 다른 누군가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구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화려하게. 우리는 성취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사는 게 의미 없고 재미없다고들 말한다. 자극은 금세 무뎌지고 성취는 또 다른 결핍을 낳는다. 하나의 경쟁이 끝나면 우리는 또 다른 경쟁의 장으로 들어선다.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공개 첫 주에 550만 회 이상 시청하며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한 흑백요리사2의 열풍 역시 이런 시대의 단면처럼 보인다. 우리는 왜 남의 경쟁을 그토록 열심히 지켜보는가. 칼끝이 부딪치고 시간이 초 단위로 쪼개지며 한 접시의 운명이 갈리는 그 자리를.
그 치열한 흑백의 무대 한가운데에서 나는 뜻밖의 색을 보았다. 바로 참가자 중 한 명이었던 선재스님을 통해 승패의 색이 아니라 마음의 색을 발견한 것이다.
선재스님은 요리를 ‘이기는 기술’로 말하지 않았다. 재료를 다루는 손끝은 단정했고 말소리는 낮았으며 눈빛은 분주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눌러 이기려는 태도 대신 함께 음식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그 모습은 단지 한 참가자의 품성을 넘어 불교가 오래도록 지켜온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불교는 경쟁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경쟁 속에서도 자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타인을 향한 적대와 비교로 번질 때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붓다는 인간 존재의 조건을 직시했다. 삶은 고(苦)를 동반하며 그 괴로움은 갈애(渴愛) 곧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집착을 넘어서는 해답으로 중도(中道)를 제시했다. 감각적 쾌락에 빠지거나 삶을 부정하는 극단적 고행도 아닌 그 사이의 길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내는 경쟁 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중도는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라 말할 수 있겠다.
승리에 대한 집착, 인정받으려는 욕구, 우월감에 대한 갈망은 순간의 쾌감을 줄 수 있으나 오래 남는 평안을 주지는 못한다. 집착과 욕망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타인을 경쟁자로만 바라보게 된다.
불교에서는 ‘연기(緣起)’라 하여 모든 존재를 서로 의지해 성립한다는 관점에서 본다고 한다. 나는 타인을 딛고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존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이해 위에 피어나는 마음이 바로 자비(慈悲)다. 따라서 자비는 연약함이 아니라 관계를 통찰한 사람의 힘이 되는 것이다.
선재 스님의 태도는 바로 그 중도의 실천처럼 보였다.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집착에 휩쓸리지 않는 태도, 결과를 향해 나아가되 관계를 해치지 않는 태도. 요리를 통해 무엇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음식이 지닌 본래의 맛을 살리려 했던 자세는 자극 대신 절제를 선택하는 불교적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요리 경연이라는 가장 세속적인 무대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가장 비세속적인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승패가 갈리는 순간에도 누군가를 존중하는 말, 자신을 낮추는 태도, 과정에 대한 감사. 그것은 한 개인의 품성을 넘어 우리 사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가치처럼 느껴졌다.
능력과 성과는 넘쳐나지만 타인의 실패를 기꺼이 품어주는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빠르게 판단하고 쉽게 비난하며 상대를 흑과 백으로 나누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선재스님의 고요함이 내 안의 거침을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숨을 고르고 한 발 물러서서 지금 내 마음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라고. 타인을 이기기 전에 자기 안의 선함을 잃지 말라고.
나는 무엇을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무엇을 위해 성취를 소비하는가. 경쟁 속에서도 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 포용은 약함이 아니라 깊이에서 오는 힘이라는 생각은 흑백의 경계를 허물었다. 스님을 통해 본 자비는 특정 신앙에 머무는 말이 아니라 한 그릇의 음식처럼 담백하게 우리 곁에 놓여 있다. 우리가 그것을 맛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다른 미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 치열한 흑백의 무대 한가운데에서 나는 뜻밖의 색을 보았다. 바로 참가자 중 한 명이었던 선재스님을 통해 승패의 색이 아니라 마음의 색을 발견한 것이다.
불교는 경쟁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경쟁 속에서도 자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타인을 향한 적대와 비교로 번질 때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붓다는 인간 존재의 조건을 직시했다. 삶은 고(苦)를 동반하며 그 괴로움은 갈애(渴愛) 곧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집착을 넘어서는 해답으로 중도(中道)를 제시했다. 감각적 쾌락에 빠지거나 삶을 부정하는 극단적 고행도 아닌 그 사이의 길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내는 경쟁 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중도는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라 말할 수 있겠다.
승리에 대한 집착, 인정받으려는 욕구, 우월감에 대한 갈망은 순간의 쾌감을 줄 수 있으나 오래 남는 평안을 주지는 못한다. 집착과 욕망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타인을 경쟁자로만 바라보게 된다.
불교에서는 ‘연기(緣起)’라 하여 모든 존재를 서로 의지해 성립한다는 관점에서 본다고 한다. 나는 타인을 딛고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존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이해 위에 피어나는 마음이 바로 자비(慈悲)다. 따라서 자비는 연약함이 아니라 관계를 통찰한 사람의 힘이 되는 것이다.
선재 스님의 태도는 바로 그 중도의 실천처럼 보였다.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집착에 휩쓸리지 않는 태도, 결과를 향해 나아가되 관계를 해치지 않는 태도. 요리를 통해 무엇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음식이 지닌 본래의 맛을 살리려 했던 자세는 자극 대신 절제를 선택하는 불교적 미학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요리 경연이라는 가장 세속적인 무대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가장 비세속적인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승패가 갈리는 순간에도 누군가를 존중하는 말, 자신을 낮추는 태도, 과정에 대한 감사. 그것은 한 개인의 품성을 넘어 우리 사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가치처럼 느껴졌다.
능력과 성과는 넘쳐나지만 타인의 실패를 기꺼이 품어주는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빠르게 판단하고 쉽게 비난하며 상대를 흑과 백으로 나누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선재스님의 고요함이 내 안의 거침을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숨을 고르고 한 발 물러서서 지금 내 마음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라고. 타인을 이기기 전에 자기 안의 선함을 잃지 말라고.
나는 무엇을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무엇을 위해 성취를 소비하는가. 경쟁 속에서도 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 포용은 약함이 아니라 깊이에서 오는 힘이라는 생각은 흑백의 경계를 허물었다. 스님을 통해 본 자비는 특정 신앙에 머무는 말이 아니라 한 그릇의 음식처럼 담백하게 우리 곁에 놓여 있다. 우리가 그것을 맛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다른 미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