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즐거움 - 문길섭 시암송국민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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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 - 문길섭 시암송국민운동본부 대표
2026년 01월 21일(수) 00:20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책은 어릴 때부터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 중의 하나다. 천국이 좋다지만 거기 책이 없다면 무척 아쉬울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으로는 어린 나를 슬픔에 빠뜨린 ‘플란다즈의 개’와 나라를 위해 장렬한 전사(戰死)를 택한 ‘계백장군’ 전기로 기억된다. 고학년이 되어선 만화책이 좋아 용돈만 생기면 만화방에 달려가 좋아하는 만화의 다음 호를 탐독하곤 했다.

중학생이 되고서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글들이 좋았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황순원의 ‘소나기’는 아름다운 단문으로 이어진 문장이 좋아 여러 번 읽었다. 많이 읽어선지 지금도 첫 대목이 입에 붙어 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초시네 증손녀 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고,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은 어떤 삶이 좋은지 가르쳐 주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는 국어책에 나오는 시들이 대학입시 준비로 마음에 여유가 없던 때 잠시 숨통을 터 주기도 했다. 특히 주인 아가씨에 대한 목동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은 이성(異性)에 눈뜨기 시작한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 책에 대한 감명 덕분에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생겼고 당시 제2외국어로 택한 불어를 열심히 하기도 했다.

대학에 가서는 내 처지와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불어 원서로 읽기도 했다. 이때 문학작품을 원서로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불문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게 했고 프랑스 유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귀국 후 시에 관심을 갖게 된 후로는 시에 관련된 책들(시 선집, 평론집)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시 선집은 암송시를 고르는데, 평론집은 시를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최근엔 소설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김원일 작가의 다음 글을 읽고는 소설의 가치를 더 깨닫게 되었다. “소설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형편, 각계 각층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 사회의 모순 구조를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

책이 가득찬 서재를 사랑한 A교수는 밖에서 다소 불쾌한 일이 있을 때에도 자신의 서재에 와서 책과 마주 할 때면 마음이 다시 평온해졌다고 한다. 그는 책과의 만남이 삶을 변화 시킨 예를 들려주었다. 우연히 교도소에서 자신의 수필집 ‘뜻이 있는 곳에 길이’를 여러 번 읽고 감화를 받은 전과자가 출소 후 새 삶을 찾은 후 자신을 찾아와 울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경우를 보면서 책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다.

최근 새로 생긴 P안과의원 건물 안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갔다가 2층으로 연결된 층계에 몇 개의 독서에 관한 금언을 보고 사진을 찍어 왔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꿈을 꾸는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독서는 그저 즐거움이 아니라 삶의 필수적인 도구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한 권의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고 다시 꽂았다.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앙드레 지드)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이란 부제가 붙은, 최근 출간된 이해인 수녀의 수필집 ‘민들레 솜털처럼’엔 이 수녀의 독서 고백이 들어 있다. “시인으로서 50년, 수도자로서 60년의 인생 여정을 잘 걸어오게 해준 비결을 누가 묻는다면 저는 서슴없이 책 덕분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언제 어디서든 변함 없이 ‘기댈 언덕’ 또는 ‘숨은 보물섬’이 되어준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는 책들이었어요.”

피천득 선생도 한 수필에서 문학이 무엇이고 문학이 왜 좋은지 잘 밝혀 준다. “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이 선택된 생활 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시인이나 소설가의 눈을 통하여 인생의 다양한 면을 맛볼 수 있다.”

새해엔 무엇보다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내면의 뜰을 잘 가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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