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기 맞은 오윤 화가의 삶과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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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기 맞은 오윤 화가의 삶과 예술세계
배종민 박사 ‘오윤, 얼굴을 응시하다’ 펴내
오윤 예술의 형성과 전환, 주제 해석 등 담아
2026년 01월 10일(토) 14:45
‘봄의 소리’
한겨울에 보는 작품 ‘봄의 소리’는 반갑다. 봄이 멀지 않았음을 환기하는데 새 한마리가 메마른 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불그스름한 움이 트는 나뭇가지마다 다가올 봄에 대한 기대가 감돈다. 추운 겨울이 점차 물러가고 새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판화는 1980년대 시집이나 소설집 표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판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니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출판물 등에서 한번쯤은 봤을 것도 같다. 그는 한국 민중미술운동의 상징적인 작가로 8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현실동인’을 비롯해 ‘현실과 발언’ 등 민중미술 단체 창립에 참여했다. 한마디로 그는 민중미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작가 가운데 한명이었다.

바로 오윤 작가(1946~1986)다. 올해는 오윤 작가가 세상을 떠난지 40주기가 되는 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예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엮어낸 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생전의 오윤 작가. <문학들 제공>
최근 오윤의 삶과 작품을 깊이있게 조망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 출신 배종민 박사가 펴낸 ‘오윤, 얼굴을 응시하다’(문학들)가 그 것.

저자는 전남대 국사교육과와 대학원를 졸업했으며 지난 2005년 ‘조선 초기 도화기구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여 년간 한국 현대미술사와 민중미술운동사를 연구하며 80년대 민중미술을 모티브로 윤리적 실천에 중점을 둔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책을 펴내게 된 데 대해 “1980년대를 애도의 권리를 둘러싼 시대로 이해한다”며 “애도가 없는 사회와 삶은 위태롭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이 땅은 숱한 죽음을 겪었지만, 국가 권력은 그 무고한 죽음을 자유롭게 애도하거나 추모할 권리를 허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애도의 자유를 억압하고 왜곡하며 때로는 폭력으로 탄압했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오윤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 시대에 왜 애도가 필요한지 조명하기 위해 책을 발간했다. “만약 애도의 권리가 있었다면 5·18 광주와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서 책의 지향점이 읽혔다.

배 작가는 10년이 넘는 시간 오윤 작가에 몰두했다. 무엇보다 오윤의 작품, 다시 말해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하며 의미와 사회적 자장, 맥락 등과 연관해 깊이있게 천착해왔다.

“질문하고, 다시 보고, 다시 질문하며 쓰기 시작한 글”이라며 “오윤의 작품에 투영된 ‘말하지 않는 그림’,‘ 침묵하는 선’, ‘죽음을 죽지 못하고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읽어내려 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사실 대부분의 연구 논문들은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책은 독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문장 등을 고치고 가독성을 고려해 손을 봤다. 딱딱하고 정치한 정보 위주보다 일반 독자들을 고려한 방식의 글쓰기를 염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무인 추무의’
저자는 오윤의 예술세계를 ‘탈-해골-도깨비-칼노래-귀환하는 인간’이라는 도상 계보와 감응의 윤리라는 관점으로 풀어냈다.

그는 “도상으로, 윤리로, 조형 언어로 해독하려 했다”며 “그림은 조용했고, 말은 늦었으며, 선은 진실을 향해 침묵 속에서 나아갔다”고 밝혔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오윤 예술의 형성과 전환을 다루며 2부는 70~80년대 사회적 맥락에 토대를 두고 오윤의 창작활동을 들여다본다. 대표작을 모티브로 오윤의 미술에 투영된 키워드를 고찰하는 내용도 있다. 3부는 죽음과 기억, 침묵과 응시가 구현되는 방식과 의미에 초점을 뒀다. 마지막으로 4부는 귀환과 해원, 신명을 지향하는 감응의 구조에 바탕을 두고 글쓰기를 전개했다.

배 박사는 “오윤은 애도 불가능성의 현실을 전복하기 위해 얼굴을 응시하고 판화로 새겼다”며 “눈을 감은 얼굴, 고개를 숙인 얼굴, 뒤돌아보는 얼굴, 침묵 속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얼굴은 모두 산 자에게 ‘응답하라’는 애도의 요청이었다”고 작가의 작품에 투영된 의미와 역사의식, 시대적 현실 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애도는 단순히 타인을 기리는 일이 아니라, 그 상실 앞에서 나 자신 또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됨을 일깨우는 사건”이라며 “오윤은 애도의 요청에 감응으로 응답한 ‘관세음작가’였다”고 오윤의 작가로서의 존재 의미를 풀어냈다.

한편 배 박사는 ‘5·18 항쟁의 예술적 형상화’를 펴냈으며 공저로 ‘5·18 그리고 역사’, ‘민주장정100년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사: 문화예술운동’, ‘오월_1980년대 광주 민중미술’ 등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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