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 유럽 최대 기업 기술 컨퍼런스] “데이터센터, 관건은 전력원 재생에너지 확보가 유치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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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스테르담 유럽 최대 기업 기술 컨퍼런스] “데이터센터, 관건은 전력원 재생에너지 확보가 유치 좌우”
세계 AI 전문가 7000여명 참석 산업 생태계·비전 등 토의
73%가 이사급 간부…기업 수장들 시선으로 산업 흐름 체감
“AI 도입은 일하는 방식 재설계 하는 것…보안 등 마련돼야
데이터센터 폐열, 지역 난방 재사용…지역 기반 시설 이용 가능
클라우드 확산 속도 빨라져 보안이 기업 경쟁력 핵심 요소”
2025년 10월 20일(월) 20:40
지난달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TechEx Europe 2025’에서 닐 칼리타 NTT 그룹 수석이사 등 패널들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류에게 직면한 전례 없는 도전과 기회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은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이(RAI)에서 개최된 ‘TechEx Europe 2025’은 AI 산업과 관련한 글로벌한 관심과 흐름, 비전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기업들이 모여 기술 혁신과 AI시대의 비전을 논의하는 TechEx Europe 2025에는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AI 전문가들이 모여 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이버 보안, 디지털 전환 등 핵심 기술 의제를 심도있게 토의했다.

특히 TechEx Europe 2025에는 7000명 이상의 선임급 기술 전문가들이 참석했는데, 이 중 73%가 부회장 등 이사급 간부로, 각 기업의 AI 산업 수장들이 바라보는 산업 생태계와 비전을 들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전남도가 SK그룹과 오픈AI와의 협역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한 데다 광주시는 AI 선도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와 전남도의 AI산업 미래와 앞으로 마주해야할 AI 시대의 현안을 미리 점쳐볼 수 있었다.

IBM 파룰 미슈라 글로벌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틀 간 펼쳐진 엑스포의 포문은 IBM 파룰 미슈라 글로벌 부사장의 발표로 시작했다.

그는 기업 내 AI 보조프로그램 실태를 진단하며 “기획·HR·재무 등 부서에서 반복 업무를 줄이려 다양한 AI 에이전트(보조 프로그램)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이 필요한 도구를 찾기 힘든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MIT 조사에 따르면 실제 의미 있는 투자수익률(ROI)을 내는 에이전트는 5%에 불과하다”며 “상호운용성 부족, 맥락 전달과 공유의 어려움, 보안·거버넌스(관리체계) 미비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법으로 ‘오케스트레이션(통합 관리) 플랫폼’을 제시했다. 미슈라 부사장은 “AI의 도입은 단순 부품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이라며 “특정 모델이나 업무 방향에 종속되지 않고, 보안·거버넌스·확장성을 갖춘 구조가 마련돼야만 기업의 진정한 AI 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장비다. 전남에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며, 국가 AI 컴퓨팅센터 또한 호남 진입을 눈앞에 둔 상태다. 이미 유럽에서는 수많은 데이터센터가 운용되고 있는 만큼, 유치에만 공을 들이고 있는 한국과 달리 포럼을 통해 유치 이후 맞딱들일 수 있는 하드웨어, 전력수요,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 섹션의 첫 세션이자 패널토론에서는 ‘AI 쓰나미: 현대 데이터 센터의 변혁’을 주제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업계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됐다.

먼저 패널들은 AI 데이터 센터가 ‘전력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유럽만 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이 소모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닐 칼리타 NTT 그룹 수석이사는 “AI의 변동성 큰 전력 소비 패턴을 정작 고객사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 센터와 고객, 전력 회사, 그리고 지역 사회 간의 ‘투명성’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의 핵심 기반임을 지역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데이터 센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브랜딩과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인용해 데이터센터보다 가정용 에어컨이 에너지 소비 증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에서 열린 ‘TechEx Europe 2025’ 행사장 전경.
아드리아노 팔로타 EMEA 데이터센터 디렉터는 “유럽 전역의 전력망은 거대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땅은 있어도, 전기를 끌어올 방법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는 국가마다 다른 규제와 표준의 부재가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주된 요인”이라며 “유럽 차원의 공통된 표준과 지역 사회 참여를 통한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통해 유럽 또한 전력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착안할 수 있었고, 전남도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참여형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프란체스코 망가노 DATA4 그룹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 난방에 재사용하는 것은 지자체와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가 혐오 시설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 기반 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에 대한 제언도 잇따랐다. 현재 데이터센터가 가진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비판을 해결할 수 대안이다.

앨버트 베르호프 IBM 스토리지 이사는 “CPU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온칩 추론(Inference on Chip)’이나 스토리지 컨트롤러를 건너뛰는 기술 등 AI가 오히려 기존 기술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론 말미에 이어진 미래 예측에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리면서도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을 향했다. ‘자본 낭비’와 ‘규제 준수 문제’를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어진 휴고 비글레 ACT 그룹 트레이더의 ‘데이터 센터를 위한 24시간 재생 에너지: 공급, 수요 및 투명성 균형’의 세션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요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이 100% 재생에너지라는 점에서, 추후 광주와 전남의 AI산업, 특히 데이터센터의 활용 혹은 유치 여부는 재생에너지 확보에 달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TechEx Europe 2025’ 행사장이 전세계에서 운집한 AI 기업 관계자들로 붐비고 있다.
한편 이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에너지 효율과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차세대 데이터센터 전략을 발표했고, 에퀴닉스(Equinix)는 글로벌 엣지 컴퓨팅 기반 연결성을 소개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추론을 위한 인프라 최적화 방안을 내놓으며 클라우드 기업과 스타트업의 주목을 받았다.

보안 세션에서는 ABN AMRO, 필립스, NATO 관계자들이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 전략을 공유했다. 연사들은 “클라우드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안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빅데이터 트랙에서는 도이체방크, IBM, 펩시 등 글로벌 기업이 생성형 AI와 대규모 데이터 모델의 실질적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AI와 클라우드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조직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 나아가 기업 가치 자체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암스테르담=글·사진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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