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운동부 해체하거나 FC 전환…엘리트 체육 뿌리째 흔들
<3> 학교 운동부 ‘해체·전환’ 확산
광주 축구부 하남중앙초 한곳 뿐
배구부 인원 미달로 소년체전 불참
저출산에 선수 감소…대책마련 절실
목적·수준별 FC 분류 선수 양성해야
광주 축구부 하남중앙초 한곳 뿐
배구부 인원 미달로 소년체전 불참
저출산에 선수 감소…대책마련 절실
목적·수준별 FC 분류 선수 양성해야
![]() |
광주 지역 학교 체육이 저출산에 따른 선수 구인난으로 엘리트 육성 틀이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때 명문으로 자리 잡았던 학교 운동부들이 줄줄이 해체되거나 클럽(FC)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출전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지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일 광주축구협회에 따르면 광주 초·중·고에서 학교 축구부 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여자 축구부를 운영하는 하남중앙초 한 곳뿐이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광주에서는 총 5개의 학교 축구부가 사라지거나 FC 체제로 바뀌었다.
2023년 3월 광주남초등학교 축구부가 해체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숭의과학기술고등학교 축구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두 학교 모두 프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전통 강팀이었던 만큼 지역 축구계에 미친 충격은 컸다.
많은 축구부가 FC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월곡초등학교와 송정서초등학교 축구부는 2021년 8월 FC로 체제를 바꿨고 2022년 2월에는 광주북성중학교 축구부도 FC로 전환했다.
FC 전환은 다른 학교 학생들도 가입할 수 있어 인력 수급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과 책임이 줄어들어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월곡초 축구부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 창단 이후 전국소년체전 동메달 3회,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우승 등 화려한 성과를 거뒀지만 FC로 전환된 이후에는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클럽 지도자는 행정·시설 확보까지 도맡아 경기력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에서 학교 축구부와 클럽을 모두 운영해본 한 FC 관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봤을 때 FC는 학교 축구부만큼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 축구부는 선수와 감독·코치 모두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 FC는 오락, 생활체육 개념으로 출전시 학교 축구부만큼의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광주의 축구 클럽은 U12는 10개팀, U15는 5개팀, U18은 2개팀으로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할수록 진출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도 있다. 초~중학생 때 성적이 좋더라도 U18 2개 팀 안에 들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인재 유출의 우려가 생기는 지점이다.
엘리트 육성과 저변 확대를 분리해 운영할 만큼 인력과 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학교 축구부는 대회 출전 준비, 교육청 감사, 회계·문서 업무 등을 행정실에서 지원받지만 FC는 감독과 코치가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연습 장소를 매번 임대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021년 FC로 전환한 학교들은 내년을 끝으로 5년간 받던 광주시교육청의 예산 지원이 만료된다. 자립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배구는 더 벼랑 끝이다. 클럽 형태로는 대회 출전이 불가능한 종목 특성상 학교 운동부 해체는 곧 선수 생활의 종료를 의미한다.
과거 광주 배구 명문이었던 광주시 서구 치평초 배구부는 올해 선수 인원 미달로 제54회 소년체전에 출전조차 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6명의 정원 중 대학 출전 가능 연령인 5~6학년이 5명에 불과해 최소 인원인 6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치평초 배구부는 2005년 창단 이후 현대건설 연맹회장기 전국 초등 배구대회, 전국소년체전,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명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광주 지역 유일 남녀 초등 배구팀 두 학교의 지도자들은 학생 수가 많은 인근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팀 운영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은 안전·학업관리 인력 부족과 시설 부담을 이유로 운동부 창설에 소극적이다.
배구의 경우 클럽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라 클럽 형태의 배구단은 출전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 학교의 인원 미달이 곧 지역 종목 생태계의 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스포츠 산업의 굵직한 종목인 축구와 배구의 성장을 위해 전문가들은 저출산에 따른 선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흐름을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민철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는 “현재 스포츠 산업은 선수 감소로 인해 FC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독일이나 영국과 같이 FC를 목적별, 수준별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과 취미를 목적으로 하는 FC와 출전·선수로서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FC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프로리그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선 해외 사례처럼 실력별로 1~4단계로 나눠 좋은 선수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배구의 경우 “대한배구연맹(KOVO) 등에서 클럽을 유소년팀으로 인정하고 광주·전남의 선수들이 전국·세계 단위 무대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광주·전남에서 김연경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때 명문으로 자리 잡았던 학교 운동부들이 줄줄이 해체되거나 클럽(FC)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출전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지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23년 3월 광주남초등학교 축구부가 해체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숭의과학기술고등학교 축구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두 학교 모두 프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전통 강팀이었던 만큼 지역 축구계에 미친 충격은 컸다.
많은 축구부가 FC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월곡초등학교와 송정서초등학교 축구부는 2021년 8월 FC로 체제를 바꿨고 2022년 2월에는 광주북성중학교 축구부도 FC로 전환했다.
월곡초 축구부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5년 창단 이후 전국소년체전 동메달 3회,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우승 등 화려한 성과를 거뒀지만 FC로 전환된 이후에는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클럽 지도자는 행정·시설 확보까지 도맡아 경기력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에서 학교 축구부와 클럽을 모두 운영해본 한 FC 관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봤을 때 FC는 학교 축구부만큼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 축구부는 선수와 감독·코치 모두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 FC는 오락, 생활체육 개념으로 출전시 학교 축구부만큼의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광주의 축구 클럽은 U12는 10개팀, U15는 5개팀, U18은 2개팀으로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할수록 진출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도 있다. 초~중학생 때 성적이 좋더라도 U18 2개 팀 안에 들지 못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인재 유출의 우려가 생기는 지점이다.
엘리트 육성과 저변 확대를 분리해 운영할 만큼 인력과 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학교 축구부는 대회 출전 준비, 교육청 감사, 회계·문서 업무 등을 행정실에서 지원받지만 FC는 감독과 코치가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연습 장소를 매번 임대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021년 FC로 전환한 학교들은 내년을 끝으로 5년간 받던 광주시교육청의 예산 지원이 만료된다. 자립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배구는 더 벼랑 끝이다. 클럽 형태로는 대회 출전이 불가능한 종목 특성상 학교 운동부 해체는 곧 선수 생활의 종료를 의미한다.
과거 광주 배구 명문이었던 광주시 서구 치평초 배구부는 올해 선수 인원 미달로 제54회 소년체전에 출전조차 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6명의 정원 중 대학 출전 가능 연령인 5~6학년이 5명에 불과해 최소 인원인 6명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치평초 배구부는 2005년 창단 이후 현대건설 연맹회장기 전국 초등 배구대회, 전국소년체전,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둔 명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광주 지역 유일 남녀 초등 배구팀 두 학교의 지도자들은 학생 수가 많은 인근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팀 운영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은 안전·학업관리 인력 부족과 시설 부담을 이유로 운동부 창설에 소극적이다.
배구의 경우 클럽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라 클럽 형태의 배구단은 출전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 학교의 인원 미달이 곧 지역 종목 생태계의 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스포츠 산업의 굵직한 종목인 축구와 배구의 성장을 위해 전문가들은 저출산에 따른 선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흐름을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민철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는 “현재 스포츠 산업은 선수 감소로 인해 FC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독일이나 영국과 같이 FC를 목적별, 수준별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과 취미를 목적으로 하는 FC와 출전·선수로서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FC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프로리그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선 해외 사례처럼 실력별로 1~4단계로 나눠 좋은 선수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배구의 경우 “대한배구연맹(KOVO) 등에서 클럽을 유소년팀으로 인정하고 광주·전남의 선수들이 전국·세계 단위 무대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광주·전남에서 김연경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