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가는 쌀 수급 정책에 ‘널뛰는 쌀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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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가는 쌀 수급 정책에 ‘널뛰는 쌀값’
쌀 1가마니 소매가 전년비 30% 상승…최근 5년 상승·하락 반복
지난해 쌀 과잉생산 예측 26만톤 시장격리·비축미 등 쌀값 급등 초래
정밀한 기초 데이터 조사 및 수급 정책 요구
2025년 10월 12일(일) 17:50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와 농업 관련 국가 기관 등의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하는 쌀 수급정책 방향성 예측이 매년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쌀 도매가가 1가마니(80㎏) 당 22만원을 넘어서고 소매가 역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수급 예측 시스템 도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쌀(상품·20㎏) 소매가는 지난 10일 기준 평균 6만 7351원으로 전년 동기(5만 3679원) 대비 25.5% 올랐고, 평년(5만 4747원)보다도 23% 가량 비쌌다.

앞서 통계청이 조사한 쌀 산지가격 역시 지난 9월 5일 기준 한 가마니 당 22만 324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쌀 산지가격이 22만원을 돌파한 것 역시 2021년 10월 이후 4년 만으로, 쌀 가격은 산지가격부터 소매가까지 매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널뛰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이 국민 주식이지만 수요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대표적인 쌀 과잉생산국이다. 하지만 쌀 수급정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예측은 매년 엇나가면서 쌀 공급량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쌀 산지가격은 2021년 가마니 당 22만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했다가 2022년엔 하락했다. 이어 2023년에는 또 다시 상승한 뒤 2024년엔 하락했다. 올해도 1년 단위로 반복되는 상승-하락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쌀 값 급등 배경에는 지난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격리 조치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쌀값이 급락하자 26만t 규모의 쌀을 시장격리했다. 하지만 당초 내놨던 통계청의 쌀 생산량 예측치보다 실제 생산량이 적었고, 수급 균형이 틀어졌다.

여기에 올해 이상기후에 이어 비까지 자주 내리면서 조생종 수확시기가 늦어지고, 산지 쌀 유통업체들의 벼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

실제 지난달 중순 기준 전남에서는 기존보다 벼 가격이 20% 가량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쌀 가격을 결정하는 수급정책의 기초 데이터도 오차가 컸다. 지난해 전국 쌀 예상 수요량은 352만 9000t이었지만, 쌀 생산량은 358만 5000t이었다. 정부가 초과된 물량인 5만 6000t 가량을 매입하면 수급 균형이 맞춰지는 셈이지만, 정부는 매년 사들이는 정부 비축미 물량뿐만 아니라 26만 2000t의 쌀을 추가 매입해 시장격리했다.

이는 쌀 생산량·수요량 예측 당시 12만 8000t의 쌀이 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5만 6000t이 남는 등 실제 수치와 예측 수치가 2배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에 발생한 오차로 분석된다.

각 조사기관의 표본 대표성 등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과거 통계청은 매년 작물재배면적을 조사하고, 전국 20여개 지역에서 연 3100여개의 표본필지 추출, 표본필지 당 2곳의 현지 방문조사, 표본 채취, 탈곡, 재현 등의 과정을 통해 쌀 생산량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 표본이 너무 적은 데다, 산지의 재배환경 변화 등에 대한 반영도 부족해 지난해의 경우 실제 농민이 체감하는 생산량보다 20%가량 오차가 발생했다.

조사기관들 간 불필요한 중복 조사도 지적받고 있다.

앞서 국가데이터처는 지난 2일 ‘2025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는 지난달 25일 ‘농업관측 쌀 10월호’를 발표했다. 쌀 생산량 관련 정보를 작성한 기관은 다르지만 KREI의 보고서는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기반으로 한 만큼 쌀 예상 생산량이 355만~360만t으로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봉식 영암군 쌀 생산자협회장은 “최근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조사기관에 연락해 매년 예측이 엇나가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예산 및 인력 부족의 한계 등으로 더욱 정밀한 생산량·소비량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명을 들었다”며 “쌀은 국민의 주식으로, 기초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수급대책 결정까지 전 단계에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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