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스며든다-유럽 선진모델] 존중·포용의 공동체 돌봄 … 환자 존엄성 함께 지킨다
  전체메뉴
[치매가 스며든다-유럽 선진모델] 존중·포용의 공동체 돌봄 … 환자 존엄성 함께 지킨다
덴마크, AI로 환자 건강 변화 파악해 개입 강도 조절
스웨덴, 지역사회 공동과제로 케어…가족 부담 완화
핀란드, 의료·복지 통합…상담부터 진단·교육 원스톱
네덜란드, 환자의 일상 동네 주민처럼 ‘세계서 주목’
독일, 국가 치매전략 통해 돌봄·치료 사회 안전망 제공
스코틀랜드, 상점 표식 읽기 쉽게…친화 커뮤니티 정착
2025년 09월 08일(월) 19:35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도 급속한 고령화 속에 치매 환자가 늘면서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인들에게 치매는 ‘가장 두려운 질환’으로 통하며, 치매의 치료 불가·문제 행동 등 인식 때문에 가족에게 막대한 돌봄 부담을 안긴다. 이러한 돌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돌봄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세계적 고령화 속에서 치매 환자 증가는 사회적 과제가 되며, 환자의 존엄 유지와 삶의 질을 돕는 돌봄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덴마크: 기술 접목한 정서 중심 돌봄=덴마크는 기술과 정서가 결합된 치매 돌봄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인공지능과 웨어러블로 행동과 건강 변화를 실시간 파악하고, 돌봄 인력이 그 신호를 근거로 개입 강도를 조절해 불안과 배회를 낮췄다.

하지만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원칙이다. 익숙한 물건과 공간을 유지하고, 반복 질문과 행동을 억누르지 않으며, 부드럽고 느린 상호작용으로 긴장을 풀어준다.

이런 철학은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가능한 생활을 최대한 보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의 치매정책도 이를 따라야한다고 조언한다.

의료와 복지 데이터가 분리된 채 운영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치매안심센터와 보건소, 응급 체계를 하나의 관찰·대응 루프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의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병원 문턱을 낮추되 일상은 동네에서 회복하도록 만드는 이중 설계를 채택해야 한다.

구청과 보건소, 치매안심센터가 관찰기록과 위험신호를 함께 쓰고, 보호자에겐 단기쉼과 야간돌봄을 연속 제공한다. 경로당 프로그램은 기억회상과 느린 운동을 기본으로 삼고 자극을 줄인다.

눈을 맞추고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태도가 약물보다 먼저 작동함을 현장은 안다. 덴마크의 길은 장비가 아니라 데이터와 생활 존중이 결합된 운영이다.

◇스웨덴: 친숙한 일상과 참여 보장=스웨덴은 치매를 가족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의 공동과제로 본다.

소규모 그룹홈과 재가 돌봄을 축으로 삼아 사람들이 익숙한 동네에서 생활을 이어가게 한다. 거실과 주방과 정원이 있는 집에서 5명에서 10명이 함께 살며 일정표보다 생활 리듬을 따른다.

시장과 카페 방문과 동네 모임 같은 사회참여를 케어의 일부로 설계하고, 방문간호와 단기쉼으로 가족의 과로를 막는다.

자정 이후 취약 시간대는 순회 인력과 응급 연계가 받쳐 주어 공백을 줄인다. 이런 방식은 통제보다 참여를, 치료보다 일상 회복을 중시한다.

치매 환자들이 최대한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데 공을 들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 머물면서 친숙한 물건과 공간을 접할수록 감각적 기억을 더 잘 유지한다.

스웨덴의 돌봄 시설과 프로그램도 이를 반영해, 환자가 마을 주민처럼 시장·카페 방문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돕는다. 또한 방문돌봄을 늘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 구성원과 교류하며 살아갈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방식은 돌봄의 안전망을 넓히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경감시킨다.

◇핀란드: 정서 존중하며 통합 돌봄 강화 =핀란드는 기억친화 사회를 국가 비전으로 세우고 조기 진단과 재활과 가족 지원을 한 묶음으로 운영한다.

보건소에 배치된 기억 간호사가 지역 어르신의 인지건강을 상시 점검하고, 진단 즉시 상담과 교육과 재가 서비스를 연결한다.

장기요양의 축을 시설에서 지역으로 옮기며 보호자에게 수당과 휴식을 보장해 돌봄이 고립되지 않게 했다. 원격 상담과 가정 모니터링 같은 디지털 도구는 접근성을 넓히는 보조 장치다. 핵심은 경로의 단순화다. 한 번의 창구에서 선별 검사와 확진과 케어 플랜과 지역서비스와 단기쉼을 연속 처리하고, 같은 계획을 의료와 복지가 함께 읽는다.

광주·전남이 참고할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치매안심센터와 보건소가 각각 안내하는 구조를 통합해, 첫 상담에서 다음 방문 일정과 교육과 서비스 신청까지 정리해 주면 보호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읍면에서는 보건지소가 현장 창구가 되고, 도심에서는 구청과 안심센터가 한 지붕에서 업무를 본다. 여기에 이동 취약 시간을 덜어내는 교통 연계가 중요하다. 오전 외래와 주간보호에 맞춘 셔틀을 돌리고, 해 질 녘에는 마을 순찰과 알림으로 안전망을 보강한다.

프로그램은 새로운 활동보다 익숙한 물건과 음악과 요리를 활용한 기억 회상을 중심에 둔다. 조기 발견과 재활의 속도를 높이는 길은 병원 확장보다 생활의 장애물을 치우는 일이다. 이동경로를 단순화하고 가족의 휴식을 제도화하며 집과 동네의 작은 실패를 안전하게 허용할 때 삶의 주도권이 돌아온다는 점에서다.

◇네덜란드: 마을 전체가 돌보는 호그베이크 = 네덜란드는 치매 환자가 동네 주민처럼 살도록 만든 호그베이크 모델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 사례인 호그베이크(Hogeweyk) 마을은 일종의 치매친화 가상 마을로, 환자들이 수퍼마켓에서 장보고 카페에서 여가를 즐기는 등 일반 마을 주민처럼 살아가도록 설계됐다.

담장과 통제 대신 가게와 광장과 산책로가 있는 생활 무대를 만들고, 여섯에서 일곱 명이 사는 가정집 단위로 살림을 꾸린다.

직원은 유니폼 대신 평상복을 입고 뒤에서 돕는다. 사람들은 장을 보고 카페에서 쉬고 공연을 본다. 일상이 유지되자 약물과 속박 의존이 줄고 표정과 대화가 돌아왔다.

광주·전남도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해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심에는 생활양식별 소가구 유닛을 갖춘 안심마을을 조성하되, 시장과 도서관과 공원을 걸음 거리에 두어 목적 외출을 가능하게 한다.

병원과 치매안심센터와 경찰이 협약을 맺어 응급과 일상도 동시에 설계하면, 사람은 병원 대신 동네로 회복의 무대를 옮길 수 있다.

읍면에는 마을회관과 상점과 보건지소를 잇는 분산형 생활권을 만든다. 중심 거점에 공동 부엌과 작은 카페를 두고, 장보기와 산책과 수공예 같은 활동을 생활의 리듬으로 편다. 설계의 최우선 기준은 보이는 안전이다.

◇독일: 전국 전략과 가족 지원 강화 = 독일은 국가 치매전략을 통해 환자와 가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단기 위기에는 긴급 간병 휴가와 수당을, 장기 돌봄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사회보험 유지 같은 안전망을 제공한다.

가족이 돌봄 때문에 소득과 경력을 잃지 않도록 법과 재정이 받친다. 전국 포털과 상담전화, 지역 연합이 생활 전반의 정보를 연결해 보호자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포털은 진단과 돌봄 급여와 시설 찾기 같은 절차를 알기 쉽게 안내하고, 사례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역 연합은 지자체와 병원과 복지기관과 자원봉사 단체를 엮어 서로의 빈틈을 채운다.

이 구조 덕분에 독일의 가족은 위기 때 회사를 잠시 비우고도 보험과 경력을 지키며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간병을 이유로 사회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점이 돌봄 지속 가능성을 받쳐준다.

이에 따른 광주·전남의 과제도 명확하다.

첫째, 가족이 쓰는 시간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정책 전환이다. 주간보호 이용과 방문간호 대기 시간, 병원 동행과 행정 처리를 포함한 돌봄 시간을 계량해 지원 기준에 반영하면 보호자의 지칠 권리를 제도화할 수 있다.

둘째, 정보 접근의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시와 군의 서비스와 급여와 절차를 한 화면에서 비교하고 신청할 수 있는 지역 포털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는 동사무소와 보건소 창구를 통합 안내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호자 휴식의 보편화를 서둘러야 한다. 휴가와 대체 돌봄이 약속으로 작동할 때 환자와 가족의 관계는 덜 상처받는다. 독일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가족을 지키면 환자도 버틴다.

◇스코틀랜드: 지역사회 협력과 총체적 접근 =스코틀랜드는 치매 친화 커뮤니티 운동을 제도와 현장에 동시에 뿌리내렸다. 버스 기사와 은행 창구와 상점 직원이 치매 인식 교육을 받고, 골목의 가로등과 상점 표식은 읽기 쉬운 대비와 위치로 바꿨다.

정책은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참여 구조를 중시하며, 전 직군 역량을 단계별로 표준화해 학습과 코칭과 평가가 이어지게 했다.

작은 변화가 일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동네 전체가 안전망이 된다. 학교와 도서관과 체육관 같은 생활공간도 인지친화 원칙을 반영해 안내 동선을 단순화했다.

스코틀랜드의 강점은 제도와 생활을 잇는 언어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권리와 존엄 같은 가치가 교육과 디자인과 서비스 지침으로 번역되어 누구나 같은 원칙을 말한다.

주민 대상의 짧은 교육을 상시화해 상점 주인과 기사와 경비원이 같은 언어로 돕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코틀랜드가 증명한 것은 거창한 시설보다 생활의 작은 규칙이 강력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