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골목을 깨우고 골목은 전시장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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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골목을 깨우고 골목은 전시장이 되고
호랑가시나무창작소 5일∼ 11일 양림동서 ‘예술이 골목을 깨우다’ 전
회화, 설치, 공예 등 15명 청년 작가 참여… 걷고 체험하는 몰입형예술
2025년 09월 01일(월) 18:35
이찬주 작 ‘우리의 집은 없다’
임은혜 작 ‘씁쓸한 휴식’
이현승 작 ‘커피와 사색’
정덕용 작 ‘아직 말해지지 않은, 쥐어진 만큼의 말’
골목은 이야기와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다. 옛 시절의 추억과 이웃들의 삶이 녹아 있기도 하다.

광주의 대표 문화 지대인 ‘양림동 골목’은 근현대의 숨결을 오롯이 담고 있다. 골목마다 이색적인 카페와 갤러리, 맛집 등이 자리하고 있어 언제 방문해도 특유의 문화적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양림동 활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골목 구석구석 깃든 문화자원과 문화적 인자는 무궁무진하지만 골목 활성화로는 온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양림동 골목이 전시장으로 변모하는, 창의문화지대로 거듭나는 이벤트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대표 정헌기)는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이 골목을 깨우다’를 모토로 ‘Awakening Space: 일상을 깨우는 공간’전을 연다. 양림동 골목과 공방, 일상 공간이 현대미술의 무대로 변모되며 펭귄마을 공예거리가 예술로 다시 숨을 쉰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간에 펼쳐져 외지인의 방문 견인은 물론 지역 예술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헌기 대표는 “이번 전시는 일상의 공간이 예술이 되는 무대를 지향한다”며 “다소 침체된 공예거리가 이번 전시를 통해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골목이 전시장이 되는 실험’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전시 장소는 모두 5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펭귄미술관, 펭귄마을 공예거리 11동, 15동 A, 15동 B, 양림동 청년창작소 별관 등이 그 것이다.

참여 작가는 모두 3명. 지역 작가 15명과 서울 작가 3명이 작품을 출품했다. 김민경, 김지희, 노은영, 박지형, 박찬진, 손지원, 위주리, 유기완, 윤상하, 이찬주, 이현승, 임은혜, 정덕용, 조도휘, 최청조는 회화, 설치, 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이 ‘삶과 예술이 연결되는 순간’을 지향하는 만큼 방문객들은 작품 감상 외에도 예술 경험도 할 수 있다. 일명 몰입형 예술 경험. 관람객이 거리를 걷고 체험하며 유휴 공간과 골목길을 ‘열린 캔버스’로 구현하는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찬주 작가의 ‘우리의 집은 없다’는 골목과 집을 함께 사유해보는 작품이다. 역설적으로 ‘우리 집이 없다’는 것은 ‘어디에도 우리 집이 있다’는 의미로 상정할 수 있다. 집이 환기하는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고 공유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형상화한 임은혜 작가의 ‘쓸쓸한 휴식’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집약한 작품이다.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도 즐거운 휴식을 누리지 못하는 ‘쓸쓸한 휴식’은 인간 외에도 생태 위기 속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환기한다.

이현승의 ‘커피와 사색’은 양림동 골목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골목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을 음미하며 문화와 예술, 삶을 사유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올 가을 양림동 골목을 거닐며 ‘커피와 고독의 시인’ 김현승과 그의 시를 떠올려도 좋을 듯하다.

정 대표는 “‘Awakening Space’는 전통적인 화이트큐브 전시관을 탈피해 골목과 빈집, 일상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주민과 방문객들이 미술을 매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하며 펭귄마을 공예거리와 양림미술관 거리협의체가 협력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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