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작업 무법지대…노동자 목숨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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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작업 무법지대…노동자 목숨 앗아간다
2m 이상 안전장치 설치 의무 안지켜…올해 영암에서만 4명 추락사
안전벨트 2~7만원·추락방지망 20만원인데 사업주 장비 지급 외면
고용부 근로감독·점검도 뒷북…법 경시하는 산업현장 경각심 필요
2025년 08월 11일(월) 19:25
/클립아트코리아
작업 현장 내 추락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안전띠를 갖추려는 사업주나 노동자들의 인식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법상 반드시 갖춰야할 의무 사항인데도, 현장에서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과 ‘이 정도 높이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작 3만원이면 갖출 수 있는 안전대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목숨을 걸고 높은 지붕 위로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만 추락사 4건…추락방지시설·장치 ‘전무’=11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영암지역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는 모두 4건이다. 이들은 안전띠·추락방지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다.

지난 7일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단 내 공장에서 지붕 보수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딛고 있던 채광창(선라이트)이 깨지면서 추락해 숨졌다.

지난 4월 16일에도 대불산단에서 태양광 패널 수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20m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지난 1월 17일에는 대불산단 내 공장 지붕에서 환풍기를 옮기던 40대 노동자가 환기창이 무너지면서 13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튿날인 18일에도 영암단에서 지붕개량공사를 하던 노동자가 채광창이 부서지며 4.5m아래로 추락했다.

박영민 노무사도 “올해만 영암에서 추락사고로 4명이 숨졌다. 동일한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명백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숨 위협하는데 비용 문제로 ‘머뭇’=경찰과 노동당국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추락방호망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안전대를 갖춘 채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 38조)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m 이상 작업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 전언이다. 방지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인건비를 투입해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나 설치 시간 등을 고려해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영암에서 지붕공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단층짜리 작업하는 경우 높이가 4m정도인데, 그렇게 높은 작업이 아니다”면서 “안전망 설치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아예 법 규정조차 모르고 높지 않아 괜찮다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데, 모든 현장 전체에 설치를 하기 힘든 곳도 있고 별도 비용을 들여 설치 인력을 투입해야 해 솔직히 부담된다”고 했다.

추락방지망의 경우 건축물을 둘러싸며 설치해야 하는데, 벽면에서 3m 이상 구성하려면 최소 20만원(4m x 50m) 수준이 들어간다. 건물 크기가 클수록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안전대 착용도 소극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제 45조)은 ‘사업주는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기 곤란할 경우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벨트)를 착용하도록 조치해야한다’고 명시했다. 안전벨트는 재질·착용 형태 등에 따라 2만~7만원 수준인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채광창에 견고한 구조의 덮개 설치 등도 의무사항인데, 현장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노동청의 소극적 근로감독도 문제로 꼽힌다. 부족한 근로감독관의 업무 과다를 이유로 사고가 난 뒤에야 점검이 이뤄지는 구조 때문에 적극적인 현장 지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 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미비한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제재와 함께 영세 사업장에 대한 안전 예산 편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지난 8일 “사업주는 ‘안전관리 비용 절감’을 명분삼아 위험시설 투자와 예방조치를 외면하고 있다”며 “추락방지시설에 대한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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