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숨결 깃든 ‘시조’에 광주정신을 담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사화집 ‘광주정신을 찾아서’ 출간
회원 81명 참여…최근 ‘공동체 정신’ 모티브 시화전도 열어
회원 81명 참여…최근 ‘공동체 정신’ 모티브 시화전도 열어
![]() 김강호 작 ‘전일빌딩’ |
![]() 김미진 작 ‘5·18 아웃사이더의 고백’ |
![]() 유헌 작 ‘무등산’ |
최근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회장 서연정·협회) 회원 81명이 사화집 ‘광주정신을 찾아서’(시와사람)를 펴냈다.
지난 2002년 창립해 매년 연간지 ‘광주전남시조문학’을 발행해온 협회는 지난해까지 모두 24호를 발간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서연정 회장은 “우리는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민주와 인권, 평화, 인권, 나눔의 공동체 정신으로 미래를 향한 열망을 저마다의 목소리로 표현했다”며 “이번 작품집은 예술적 융합이 결부돼 여느 시조집보다 아름답고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광주 돌고개역에서 ‘광주정신을 찾아서’ 전시를 진행했다. <광주시조시인협회 제공> |
서 회장에 따르면 당초 상무역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얼마 전 내린 폭우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조시인들의 작품이 대거 수록됐다. 서 회장은 “80년 광주 5·18은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지역 문인들의 가슴에도 상흔으로 남아 있고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며 “‘광주정신을 시조로 담아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초 시조집 발간은 2~3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올해 1월부터 진행했다. 강경화, 강대선, 김강호, 김옥중, 박현덕, 손형섭, 여동구, 염창권, 유춘홍, 윤삼현, 이송희, 임성규, 전원범, 정혜숙, 조민희, 최양숙 시인 등이 참여했다.
서 회장은 “김종 시인, 기경숙 화가가 그림을 많이 그렸고 한글 서예는 김진혁 서예가가 많이 썼다”며 “책을 발간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들 마음을 모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강호 시인의 ‘전일빌딩’이라는 작품은 5·18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준다.
“그때를 잊지말라고/ 골근깊이 박혀서/ 파문을 놓고 있는 탄흔자리245/ 번개가 어둠을 쪼개자/ 천둥이 와서 운다”(‘전일빌딩’ 전문)
김미진 시인의 ‘아웃사이더의 고백’, 유헌 시인의 ‘무등산’도 5·18을 모티브로 광주정신의 의미를 환기한다.
“그해 오월, 무등산은 잠들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 사람처럼 낱낱이 기록했다/ 온 산이 메아리가 되어 우렁우렁 울렸다//(중략)// 다시 오월, 무등산은 여전히 깨어 있다/ 광주여, 빛의 혁명이여, 광장의 노래여/ 온 산이 응원봉을 들고 쩌렁쩌렁 외치고 있다”(‘무등산’)
시인들 작품에 그림, 사진, 글씨가 스며들어 예술적 융합을 이루었다는 점도 의미를 지닌다. 광주의 정신과 역사를 성찰하고 사유하는 시인들의 세계를 다채로운 장르를 매개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화집에는 김준태 시인이 5·18 45주년을 기념해 쓴 ‘광주정신의 역사성·현재성·영원성’을 주제로 한 글도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시인은 “어쩌면 5월 그날의 광주는 한국 역사 혹은 세계의 역사 속에 한 알의 밀알로 떨어져 썩었다가 다시 뜨겁고 경건한 생명으로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 가슴 속에서 ‘양자역학’의 법칙으로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에는 80년 5월 광주를 대표하는 시 ‘아아 光州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광주일보 1980년 6월 2일자)가 게재돼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