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극장 없이는 못살아’] 베를린필의 ‘발트뷔네 카와구치코’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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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범의 ‘극장 없이는 못살아’] 베를린필의 ‘발트뷔네 카와구치코’ 콘서트
2025년 07월 24일(목) 00:00
지난 7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 일본 후지산에 있는 카와구치코 호수 스텔라 극장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베를린필의 야외음악회가 열렸다. 이 콘서트는 베를린 이외의 지역에서 열린 최초의 발트뷔네(숲속의 무대) 콘서트였고 그래서 이름은 ‘발트뷔네 카와구치코’ 콘서트라고 지어졌다.

1995년에 로마 원형 극장을 본 따 후지산 언덕에 만들어진 2991석의 카와구치코 스텔라 극장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이기도 했다. 베를린필의 시즌 마지막 콘서트가 열리는 발트뷔네가 2만 석 수용이니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발트뷔네 소형 버전이라고 할 만큼 비슷했다.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빈자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6월 28일에 발트뷔네에서 열린 베를린필의 시즌 엔드 콘서트와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했다.

7월 2일 베토벤과 차이콥스키를 연주한 오사카 박람회 기념 콘서트(베를린필은 일본에서 열린 1970년 첫 번째 엑스포에서 연주 한 바 있다)와 나고야 공연을 거쳐 베를린필은 일본에 대형쓰나미나 난카이 대지진이 온다는 괴소문이 나돌았던 7월 5일 토요일 당일 보란 듯 첫 번째 공연을 카와구치고 스텔라 극장에서 진행했고, 6일 오후 5시에 두 번째 공연을 한 것이었다.

공연 시작전 너무 더워서 일본 청중들이 일제히 부채를 펼쳐들고 부채질을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과거로 돌아간 듯한 장면이었다.

엄청 뜨거운 햇살과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열렸지만 중남미 라틴 레퍼토리들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심포닉 댄스는 이런 날씨와 아주 잘 어울렸다.

베를린 발트뷔네 콘서트와는 달리 베이스 바리톤 라이언 스피도 그린이 빠지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테마 송 같은 아르투로 마르케스의 단손 2번이 추가되었으며 베를린 공연과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이번 발트뷔네 레퍼토리의 특징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 현존 라틴 아메리카 음악가들이 작곡한 컬러풀한 타악 리듬이 화려하게 살아있는 곡들이었다. 또 듀크 엘링턴의 곡으로 루서 핸더슨와 테렌스 블렌차드 편곡의 ‘세 명의 흑인왕’중 ‘마틴 루터 킹’은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서 가장 심금을 울리는 서정적인 곡이었다.

구스타보 두다멜은 자신의 몸속에 DNA로 들어있는 라틴 아메리카 레퍼토리들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심포닉 댄스는 이날 파티 분위기에 강하게 방점을 찍은 신바람나는 연주였다.

첫 번째 앙코르는 요즘 레코딩 버전으로 등장했고 오페라 레퍼토리에서 인기 높은 폴 데네세의 라틴 아메리카 스타일 편곡 버전인 요한 슈트라우스 ‘트리치 트라치 폴카’였다. 두 번째는 발트뷔네 콘서트의 매년 단골 앙코르곡인 ‘베를리너 루프트(베를린 하늘)’였다. 모든 객석 자리에는 이 곡의 악보가 가사와 함께 놓여 있었고 청중들은 모두 이 곡을 기다렸다는 듯 일사불란하게 박수와 휘파람을 불며 즐겼을 정도로 학습이 잘되어 있었다.

공연 후 건너편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손으로 제작한, ‘베를린필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포스터와 많은 브로셔들이 놓여 있었다. 편의점도 이렇게 클래시컬하게 변모할 수 있는 곳이 카와구치코 스텔라 극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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