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문학중심도시로] K-콘텐츠 창조적 힘의 원천 … ‘제2 한강’ 배출 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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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세계문학중심도시로] K-콘텐츠 창조적 힘의 원천 … ‘제2 한강’ 배출 기지로
[10 광주문학관]
광주 유일 문학관…2023년 9월 개관
지역 문학인들의 염원 18년만의 결실
기획전시실, 문학 연대기 미디어아트로
박용철·이수복 시인 작품 등 향수 자극
상설전시실, 마한시대~5·18 문학 정리
한국전쟁·독재정권 등 격동기 사조 소개
2025년 07월 13일(일) 19:05
지난 2023년 개관한 광주문학관은 지역 유일 문학관으로 광주문학의 역사, 문인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문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문학은 시각예술이나 공연예술에 비해 변방으로 밀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화려한 볼거리나 스펙터클한 무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탓에 문학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어예술, 활자예술이 지배적이었던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문학은 가장 인기있는 장르였다. 하지만 문학의 전성시대는 거기까지였다. 선 굵은 서사를 다룬 대하소설이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했던 것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모든 문화의 근본은 문학”이라는 명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 오히려 그것의 의미는 더욱 강화되고 확산되는 추세다. 수많은 공연 관련 콘텐츠의 일차적인 텍스트는 문학 장르로부터 연유한다. 또한 전시에 대한 설명과 주제, 작품 네이밍 등 다양한 부분은 문자인 언어예술로 구현된다.

그뿐인가. 모든 예술과 예술가의 삶은 언어로 기록되고 데이터베이스화된다. 기초예술인 문학이 굳건한 토대를 갖춰야 2차 예술, 3차 예술의 융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 문화적 잠재력은 결국 원텍스트에서 발현된다 하겠다.

문학관은 문학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보관, 전시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오롯이 담고 있는 최적의 거처다. 문학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은 특정 문인에 대한 삶은 물론 작품과 그것에 얽힌 맥락, 서사 등을 접할 수 있다.

방문객과 학생들이 직접 쓴 짧은 글을 토대로 만든 나무 조형물
광주에도 유일한 문학관인 ‘광주문학관’이 있다. 지난 2023년 9월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에 둥지를 튼 문학관은 광주 문학인들의 염원이 투영된 곳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지 18년 만에 개관을 할 만큼 문학관은 지역 문화계의 지난한 역사를 상징한다.

당시 세종시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탓에 광주에 문학관이 들어선 것은 그 자체로 ‘사건’이었다. “모든 문화의 기본은 문학”이라는 명제가 유독 광주에서는 공허한 구호로 들렸던 게 사실이었다. 더욱이 문화자원이 관광자원으로 전이되는 현실에서 문화의 핵심 토대이자 창작의 원천소스를 보유하는 문학관이 부재한다는 것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광주문학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이다. 기획전시실은 광주문학의 연대기를 미디어아트로 형상화했다. 광주 출신 또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한 시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용철의 ‘이대로 가랴마는’, 이수복의 ‘봄비’, 김태오의 ‘달밤’ 등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상설전시장은 마한시대부터 80년 오월까지 광주의 문학이 갈무리돼 있다. 마한의 집단 가무에서부터, 백제의 노래, 고려시대 불교문학, 조선시대 호남문학이 등장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격동기 광주문학, 호남 근대 지식인 공동체 ‘호남학회’ 등이 출현한 근대 광주문학의 태동기, 일제강점기 민족혼을 지키며 예술로 승화했던 시기의 문학도 소개돼 있다.

문학관 상설전시실 내부.
박용철이 ‘시문학’을 발행하며 현대문학의 이정표를 세웠던 시의 시대를 거쳐, 문학의 새바람을 일으켰던 해방정국 시기의 문학도 만난다. 이어 한국전쟁 중에서도 문학사적 공백기를 최소화했던 광주문학의 활약상을 비롯해 현대문학의 산실로 지평을 확장했던 60년대 광주문학을 접한다. 마지막으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광주문인들의 기개가 돋보인 70년대, 그리고 문학으로 5·18광주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80년대 문학 자료도 비치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광주문학관은 대체로 자료를 수집·전시하는 역할에만 국한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학생들과 주민을 위한 일반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문화기관이나 타지의 문학관과 비교해 차별화 지점은 많지 않다. 지역문화의 중심을 넘어 콘텐츠 생산의 다변화, 문화예술관광의 핫 플레이스로서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계 문학 거장들을 배출한 도시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인간의 본질과 내면을 특유의 시적인 문장과 날카로운 페이소스로 형상화했던 셰익스피어는 세계적인 문호다. 대표 희곡작품은 인류의 고전으로 꼽힐 만큼 끊임없이 콘텐츠화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릿퍼드 어폰 에이번은 작은 도시임에도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주민들 상당수는 셰익스피어 관련 문화관광사업에 종사하며,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은 매일 작품을 공연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동화 ‘인어공주’를 썼던 안데르센이 창작 당시 거주했던 도시다. 그곳에는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데,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올 만큼 유명한 상징물이다. 또한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 오덴세에는 안데르센 동화마을이 있다. 작가가 인생 만년에 이곳에 돌아와 생을 마쳤는데, 동화마을은 오덴세의 대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광주문학의 연대기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기획전시실 모습.
이처럼 한명의 위대한 문인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한다. 스토리텔링을 비롯해 웹툰, 영화, 연극, 오페라, 뮤지컬, 출판, 테마파크 등 인접 콘텐츠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예술적 공간을 넘어 문학과 예술, 사람이 합류되고 교섭되는 다층적인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제는 광주문학관에서만 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매년 진행되는 반복적인 프로그램은 타 문학관과 비교해 거의 유사하다. 물론 재정적인 문제와 전문 인력의 부재라는 과제가 선선결돼야 하겠지만, 언제까지 재정과 인력 문제만을 거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선기 전 강진시문학파기념관장은 ‘문학공간의 미학’(전남대출판부, 2018)이라는 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관리주체가 대부분 지자체들인 작가형 문학관들이다. 이 문학관들은 지자체들이 지역 홍보와 관광 상품화를 기대하며 경쟁적으로 설립된 것들이 대부분으로, 해당 지자체의 문화관관이 관련 부서의 직원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요원들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문학관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김 전 관장은 공간 활용성 면에 대해서도 고언을 한다. 그는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전시 내용물 교체나 문학행사의 다양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학관 자체 내의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바로 직결된다”고 덧붙인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 재원 확충과 아울러 작가형 문학관보다 테마형 문학관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광주’라는 유일무이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광주문학관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 다시 말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도시의 문학관이라는 자부심과 명성을 문인들이나 시민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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