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을 실험실 ‘지향집’에선 누구나 친구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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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을 실험실 ‘지향집’에선 누구나 친구 되죠”
전주 ‘지향집’ 준운영자 아리엘씨, 광주서 강연
자율 기부·재능나눔으로 운영…비건·제로웨이스트 실천
반찬 모임·운동회·글쓰기 등 남녀노소 ‘작은 연결의 공간’
2025년 06월 26일(목) 20:10
지난 25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한걸음가게에서 열린 ‘삶을 위한 도시@광주 3차 포럼’에 지향집의 준운영자 아리엘 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섰다.
‘건강하게 밥을 먹고, 외롭지 않게 머물고, 서로의 재능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살아가는 집’

전주 완산구의 노란 대문 ‘지향집’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자율 기부와 재능 교환 형태로 운영되는 지향집에서는 3000원의 비용으로 비건 집밥을 만들어 같이 먹고, 5000원을 내면 하룻밤 머물 수도 있다. 지향집은 새로운 형태의 ‘도시 속 마을’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25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한걸음가게(대표 김지현)에서 열린 ‘삶을 위한 도시@광주 3차 포럼’에는 지향집의 준운영자 아리엘 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섰다. 한걸음가게에서는 지난 4월부터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참가자들과 함께 논의해 왔다.

‘지향집’이라는 이름은 공간을 처음 만든 운영자 모아 씨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말 그대로 ‘지향이 살던 집’이라는 의미와 ‘여러 사람이 지향하는 모든 것을 모은 집(zip·압축)’이라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지향집은 누군가 가져온 음식이나 생필품, 자율적인 노동, 적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일부 방문자들은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의 반찬이나,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옷과 생필품을 챙겨오기도 한다. 그렇게 공유책장이 채워지고 자원순환 공간이 운영된다.

“도시마을 실험실인 지향집은 열린 대화와 나눔으로 꾸려져요. 돈이나 직업, 나이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는 사회, 누구나 자신의 기술·재능·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이곳에서는 참가자 구분 없이 모두가 운영자가 돼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반찬모임(찬찬찬), 요가, 집밥(지향집밥), 글쓰기, 바느질 등 정해진 틀 없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진행하는 것도 이 공간만의 자유로운 운영 방식이다. 참여자들은 스스로 각자 자리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빈 시간을 보내며 집을 채우지만,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서는 아이와 어르신, 청년 모두가 친구이자 삼촌·이모관계로 어울릴 수 있다. 실제 명절엔 집에 혼자 남은 이웃들이 떡국을 나누고 동네 사람들이 운동회·보드게임으로 하나가 된다.

지향집이 추구하는 ‘연결’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생활 속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운영진은 대문 앞 담벼락에 환경지킴이 어르신이 쉴 수 있도록 의자들을 놓아뒀다.

“마을을 지나던 어르신들이 의자에서 자연스럽게 머물고,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는 작은 연결의 시작이 됐어요. 외로움 대신 연결의 경험, 그리고 나눔이 주는 충만함을 이 공간에서 배웠습니다.”

지향집은 도심 한복판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잠시 머물 수 있는 작은 연결의 힘으로 매일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 역시 “누구나 들어와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이어가는 것”이다.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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