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건강한 빵 그리고 나눔…제 빵 철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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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격, 건강한 빵 그리고 나눔…제 빵 철학이죠”
복지기관 등에 빵 기부 ‘빵점만점’ 정도원 대표
고2 때 모평 ‘0점’·제빵기술 ‘만점’…광주 최연소 제과 기능장 목표
장애인 복지 증진 ‘광산구청 표창’·광주푸드뱅크 나눔실천기업 76호
2025년 06월 24일(화) 19:45
정도원 대표. <정도원 대표 제공>
‘빵점만점(광주 광산구 도산동)’ 정도원(29) 대표에게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의 도구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터졌을 때 정 대표는 동네 청년 제빵사 커뮤니티 ‘페이스트리팀 패션’과 힘을 합쳐 빵 1000개를 현장에 기부했다.

이 일을 계기로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된 그는 복지관, 지역 어르신, 아동복지시설 등 돌봄이 필요한 곳에 매달 정기적으로 직접 만든 빵을 나누고 있다.

“제 빵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힘닿는 대로 다양한 이웃과 나누려 해요. 매일 빵을 만드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에 온기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웃들에게 나누는 작은 행동들이 퍼져나가서 더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오더라고요.”

그는 장애인 복지 증진 유공시민으로 인정돼 광산구청장 표창을 받고 광주광역푸드뱅크 나눔실천기업 76호로도 선정됐다. 도산동 행정복지센터의 마을 통회보를 통해 정 대표의 선행이 알려지며 ‘돈쭐(돈과 혼쭐의 합성어)’을 내겠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는 “알아달라고 한 일도 아니었지만 관심 갖고 찾아주시니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때, 모의고사에서는 0점을 받았지만 같은 해 제과제빵 기술대회에서는 만점을 받았다. 이 일화에 ‘모든 손님이 먹는 빵에서만큼은 만점을 받겠다’는 각오가 더해져 상호 ‘빵점만점’이 탄생했다.

그가 처음 제과제빵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 제과명장이 만든 단팥빵을 우연히 먹게 돼 ‘이게 장인의 손맛이구나’ 감동을 받으면서부터다.

지난 2022년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당시 기부 활동 모습.
가정환경이 어려워진 고교시절 가족과 흩어져 혼자 살게 됐을 때도 제빵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밥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원비를 벌고, 제과제빵학원에 다니며 빵 기술을 익혔다.

“꿈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뚜렷했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관심사가 생기니 공부를 놔버렸지만, 제과제빵 기술대회에서 만점을 받고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특유의 패기로 20살부터 광주 곳곳 이름난 빵집과 학원에서 일하며 3~4년 실무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모은 2000만원을 밑천 삼아 26살에 동네 마트 내 6평짜리 공간에 ‘체리쉬 베이커리’라는 첫 가게를 연 그는 이후 샵인샵 형태에서 수익관리나 기부 활동 등에 제약이 생기자 자신이 나고 자란 도산동의 작은 빵가게를 인수했다.

정 대표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착한 가격, 건강한 빵 그리고 나눔’이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품질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철학 아래 인건비를 아껴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홀로 생산-포장-판매 작업을 도맡는다.

빵 가격은 케이크를 제외하고 가장 저렴한 1500원(단팥빵)부터 가장 비싼 6000원(맘모스빵)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돼 있다. 또 20시간 저온 숙성 방식을 고수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빵을 만드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그는 매장 벽 한편에 ‘오늘 하루 100만 개의 빵을 만들지라도, 단 하나의 빵에 최선을 다하자’는 문구를 써두고 고객 한 명 한 명이 만족할 만한 정직한 빵을 만들어냈는지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향후 광주 최연소 ‘제과 기능장’, 그 위의 ‘명장’까지 오르는 꿈, 그리고 나눔을 멈추지 않는 동네 베이커리 사장으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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