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과 규장각- 박안수 경제학박사·칼럼니스트
  전체메뉴
집현전과 규장각- 박안수 경제학박사·칼럼니스트
2025년 06월 04일(수) 00:00
비록 중세시대지만 피렌체의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가 성공하기 위해선 군주로서의 능력, 그 시대에 부합한 시대성, 그리고 운도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 처칠수상과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유권자가 선거투표에 임함에 있어 자기수준에 맞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끝나고 이제 새 대통령을 맞이하게 됐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우리를 이끌 지도자는 태평성대와 문화 융성을 세종과 정조대왕의 리더십도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다.

본디 경연은 유학의 경서를 강론연마하고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했던 그야말로 임금이 공부하고 연구한 자리일 것이다. 세종은 무려 1898회, 정조는 직접 중하급 관리를 가르쳐 인재를 발굴하는 ‘초계문신(抄啓文臣)’까지 펼쳤다. 반면 중종반정으로 왕에서 폐위된 연산군은 경연을 아예 폐지하였고 광해군은 재위기간 동안 고작 14회밖에 참석하지 않았음은 시사한 바가 크다.

좀 과장하면 ‘세종이 곧 조선의 역사’라고 했듯이 세종의 업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당시 세법을 개정하기 위하여 국민투표를 붙인 일과 인권의 사각인 노비부부에게도 출산휴가를 강제했듯이 백성을 근본으로 삼았다.

집현전은 왕립인재사관학교로서 태종 때 계획했으나 운영이 그리 활발치 않다가 세종 대에 그 빛을 발휘했던 같다. 집현전 제학 정인지를 중심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황희, 맹사성 청백리가 가장 많았음은 당시 사회상을 엿 볼 수 있고 백성을 위한 바른 정치를 짐작케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문명은 물론 문화예술이 융성했고 기간산업인 농업생산증가를 위해 우리 토양과 기후에 맞는 ‘농사직설(農事直設)’도 편찬했다.

조선 22대 정조 임금은 왕실 학문 연구 기관이자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을 신설했는데 오늘날 국립중앙도서관 격이다. 규장각 검서관으로 서얼 출신인 북학의 박제가, 발해고 유득공을 등용하여 조선의 르네상스와 실학을 완성하는 계기가 됐다. 정조는 신도시 화성을 건설했으며 화성능 행차 시 숱한 현장 민원을 해결해 백성의 고충을 덜어줬다. 또 탕평책을 완성했고 영남과 서북, 동북의 지역차별을 철폐해 인재를 고루 등용시켰다.

최근 한 전임 대통령은 지도자인 리더는 늘 공부하고 사색해야만 국민을 위한 최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출판협회는 국가 지도자의 독서와 사유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바란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추천된 책은 김주완의 ‘줬으면 그만이지’, 강지나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등이다.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과 함께 사회 문제를 짚어볼 수 있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새 시대의 대통령이 강한 대한민국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