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노잼 도시’라니- 김나경 호남대 물리치료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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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노잼 도시’라니- 김나경 호남대 물리치료학과 2년
2025년 06월 03일(화) 00:00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광주를 두고 ‘노잼 도시’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여행 조사’의 여행 선호도를 보면 서울 5.0%, 부산 4.9%, 대구 1.7%에 비해, 광주는 0.7%로 턱없이 낮았다. 이런 데이터에 의해 광주는 ‘노잼 도시’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광주가 ‘노잼 도시’라는 말을 듣는 또 다른 이유는 즐길거리가 없어서라기보다 광주의 매력을 담아낼 공간과 기회의 부족이다.

예를 들어 광주는 오랫동안 ‘기존 상권 보호’와 ‘복합쇼핑몰 유치’라는 갈등으로 발전이 더뎠다. 시대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데 일상에 큰 변화가 없으니 안팎에서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갖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지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 같은 평가는 다소 과장됐고 너무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한 것처럼 느껴진다. 순천에서 호남대로 진학해 생활하며 2년여동안 지켜본 광주는 나름의 색깔과 문화가 살아 있는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도시다.

사람의 여가와 일상은 어느 도시든 비슷하다. 친구나 연인을 만나 밥을 먹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밤에는 술 한 잔을 기울인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광주든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도시인지를 오직 볼거리나 자극적인 것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도시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광주는 외지인에게 신선한 매력을 주는 도시다. 무등산의 풍경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고 상추 튀김이나 육전은 광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부드럽고 정감 있는 전라도 사투리는 광주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광주는 지역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충장로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리가 가득하다. 동명동은 감성적인 골목과 독립서점, 분위기 있는 카페들로 가득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첨단, 수완, 상무지구는 신도시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어서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는 ‘문화수도’ 광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직접 둘러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그동안 몰랐던 광주의 또 다른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갔지만 전시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채로운 콘텐츠로 가득해 놀라울 정도였다.

특히 미디어아트 전시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어느 순간 복잡했던 생각들이 잦아들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광주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반대로 다른 지역을 여행한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다. 여행은 생각만으로 설레고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새로운 골목, 말투 하나하나가 신기하게 다가온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광주 여행이 바로 그런 경험이었다. 계획보다는 우정과 호기심에 이끌려 걷던 충장로 골목길, 검색해서 찾아간 맛집 등 모든 순간이 풋풋했고 그날의 광주는 서울처럼 커 보이기도 했다. 익숙한 일상 속에 문득 떠오를 만큼 강렬했던 그 기억은 지금도 광주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냈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는 누군가에게 설레는 여행지이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따뜻한 도시가 된다. 요즘은 도시의 외형적인 재미를 기준 삼아 ‘꿀잼’인지 ‘노잼’인지 평가하곤 하지만 진정한 도시는 삶의 리듬, 사람들의 태도, 골목의 공기처럼, 깊이 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광주는 내면의 매력을 품은 도시다. 예술과 역사, 일상의 풍경이 어우러진 골목골목에는 광주만의 이야기가 흐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들은 너무 익숙한 풍경이어서 더 이상 새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애정을 갖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는 도시, 광주는 결코 ‘노잼 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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