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현장성·시인의 감수성으로 그린 남미
40일간의 남미 배낭여행-윤현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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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미,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
순서는 각자 다를 테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미션처럼 떠올리는 장소들이다. 제대로 여행하려면 ‘돈·시간·체력’이 요구되는 곳이라 직장에 얽매인 이들은 ‘퇴직 이후’를 생각한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알랭드 보통의 말에 자극을 받은 그는 ‘선례가 없다’는 말에 굴하지 않고 사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진정성을 호소한 후 40일간 남미로 떠날 수 있었다.
‘기자가 걷고 시인이 쓴 40일간의 남미 배낭 여행’은 35년간 부산일보에서 취재기자로 일해온 기자이자, 시집 ‘맨발의 기억’을 펴낸 시인 윤현주가 써내려간 기행문이다. 수많은 현장을 발로 뛴 기자의 장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글과 세심한 시인의 감성이 어우러진 책은 흥미롭게 읽힌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최윤식 건축가의 스케치 작품도 함께 실렸다.
페루,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5개국을 아우르는 여행에서는 남미의 광활한 자연, 거대한 문명과 흔적, 영욕의 역사와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만난다. 그의 곁에는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영혼의 집’, 빅토르 하라와 메르세데스 소사의 음악,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룬 영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등 남미의 다양한 문화예술이 등장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남미 여행의 관문 도시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작된 여행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나스카 라인’과 ‘지구의 배꼽’ 쿠스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 등으로 이어진다. 또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인 볼리비아의 우유니에서 만난 아름다운 일몰의 풍경,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는 아르헨티나 모레노 빙하의 경이로움, 잔혹하고 거친 원시성을 만나는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금도 떠올릴 때면 고단한 삶의 강가에서 무지개가 뜨는 풍경이 그려지는 이구아수 폭포 등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는 “죽은 왕국은 여전히 살아 숨쉰다”고 노래한 네루다를 기억하며, 남미의 투쟁과 저항정신의 상징이 된 오래된 도시를 마음에 담는다.
시인인 그를 남미로 이끈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을 찾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산티아고의 집 ‘라 차스코나’를 찾아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발파라이소, 이슬라네그라 등 또 다른 네루다 집으로도 발길을 옮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체 게바라의 말을 인용했다. 낡은 오토바이로 8000㎞에 이르는 남미 여행을 마치고 “난 이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천명한 후 혁명가로 변신한 체 게바라를 떠올린 그는 여행 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인지 기대하며 설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설레임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 책 출간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출간 작업을 맡아 초교 수정까지 진행중이던 부산 출판사가 폐업하게 되면서 작업이 중단됐고, 저자 역시 정년퇴직을 하게되면서 책 출간은 없던 일이 될 참이었다. 이 때 페이스북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된 광주의 다큐북스 대표로부터 제안이 왔고, 책은 ‘영호남 합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다큐북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순서는 각자 다를 테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미션처럼 떠올리는 장소들이다. 제대로 여행하려면 ‘돈·시간·체력’이 요구되는 곳이라 직장에 얽매인 이들은 ‘퇴직 이후’를 생각한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알랭드 보통의 말에 자극을 받은 그는 ‘선례가 없다’는 말에 굴하지 않고 사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진정성을 호소한 후 40일간 남미로 떠날 수 있었다.
![]() 아르헨티나 로스 글라시아 국립공원 페리토 모레 빙하 유빙. <다큐북스 제공> |
남미 여행의 관문 도시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작된 여행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나스카 라인’과 ‘지구의 배꼽’ 쿠스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 등으로 이어진다. 또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인 볼리비아의 우유니에서 만난 아름다운 일몰의 풍경,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는 아르헨티나 모레노 빙하의 경이로움, 잔혹하고 거친 원시성을 만나는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금도 떠올릴 때면 고단한 삶의 강가에서 무지개가 뜨는 풍경이 그려지는 이구아수 폭포 등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는 “죽은 왕국은 여전히 살아 숨쉰다”고 노래한 네루다를 기억하며, 남미의 투쟁과 저항정신의 상징이 된 오래된 도시를 마음에 담는다.
시인인 그를 남미로 이끈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을 찾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산티아고의 집 ‘라 차스코나’를 찾아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발파라이소, 이슬라네그라 등 또 다른 네루다 집으로도 발길을 옮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체 게바라의 말을 인용했다. 낡은 오토바이로 8000㎞에 이르는 남미 여행을 마치고 “난 이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천명한 후 혁명가로 변신한 체 게바라를 떠올린 그는 여행 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인지 기대하며 설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설레임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 책 출간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출간 작업을 맡아 초교 수정까지 진행중이던 부산 출판사가 폐업하게 되면서 작업이 중단됐고, 저자 역시 정년퇴직을 하게되면서 책 출간은 없던 일이 될 참이었다. 이 때 페이스북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된 광주의 다큐북스 대표로부터 제안이 왔고, 책은 ‘영호남 합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다큐북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