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노벨상 ‘5·18 광주’에 위로를 건네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이어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5·18 트라우마’·소외 간직한 호남인들에 특별한 감동 안겨
김상욱 교수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우리는 광주에 빚졌다”
‘5·18 트라우마’·소외 간직한 호남인들에 특별한 감동 안겨
김상욱 교수 “자유·평등·인권·민주주의…우리는 광주에 빚졌다”
![]() 한강 작가 <광주일보 자료사진> |
지난 10일 밤 스웨덴 한림원에서 날아온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낭보는 지역민은 물론 전 국민을 설레게 했던 ‘감동의 드라마’였다. 그리고 광주의 승리이자 광주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광주와 전남은 오랫동안 ‘소외와 설움의 땅’으로 치부돼왔다. 특히 현대사 비극인 5·18의 상흔은 여전히 시민을 짓누르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유무형의 소외와 배제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광주와 전남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런 ‘정의롭지 못한’ 부정적 측면을 일거에 씻어 내리는 ‘대사건’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평화상에 이은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에게 주는 특별한 위로의 선물인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를 모두 광주와 전남이 배출했다는 것은 지역민들의 자부심을 넘어 큰 자랑거리이다. 한강의 노벨상 발표 직후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의 호남인들이 더 감격하고 기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국내외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우리 국민들에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그리고 꽉 막힌 국내의 정치적 상황들로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에서 한강의 수상 소식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에 주어진 노벨상 2개 모두 광주와 관련된 것이다. 적어도 노벨상 수상위원회라는 틀로 본 서구인의 시각에서, 우리가 이룬 것들 중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광주였다는 뜻”이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란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광주에 빚졌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광주가 흘린 피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며 “이제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광주에 빚지게 되었다. 기분 좋은 빚”이라고 덧붙였다.
그처럼 한강의 작품은 광주 역사적 아픔과 고통, 슬픔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문순태 작가는 이를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한 곡진한 위무”라고 했다.
문 작가는 “잔인한 국가 폭력으로 지울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은 광주를 한강 작가는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그려왔다”며 “지역민 나아가 국민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것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세계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텍스트를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10월 1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모진 박해와 투옥, 사형선고까지 받은 DJ의 정치 역정을 지역민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특히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DJ와 한강은 그렇게 소외와 아픔, 고통과 박해의 상징 ‘광주’를 세계에 알리며 용서와 화해의 정신, 그리고 아름다운 문체와 울림있는 서사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스웨덴의 한림원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
광주와 전남은 오랫동안 ‘소외와 설움의 땅’으로 치부돼왔다. 특히 현대사 비극인 5·18의 상흔은 여전히 시민을 짓누르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유무형의 소외와 배제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광주와 전남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더욱이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를 모두 광주와 전남이 배출했다는 것은 지역민들의 자부심을 넘어 큰 자랑거리이다. 한강의 노벨상 발표 직후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의 호남인들이 더 감격하고 기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에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그리고 꽉 막힌 국내의 정치적 상황들로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에서 한강의 수상 소식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에 주어진 노벨상 2개 모두 광주와 관련된 것이다. 적어도 노벨상 수상위원회라는 틀로 본 서구인의 시각에서, 우리가 이룬 것들 중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광주였다는 뜻”이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란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광주에 빚졌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광주가 흘린 피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며 “이제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광주에 빚지게 되었다. 기분 좋은 빚”이라고 덧붙였다.
그처럼 한강의 작품은 광주 역사적 아픔과 고통, 슬픔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문순태 작가는 이를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한 곡진한 위무”라고 했다.
문 작가는 “잔인한 국가 폭력으로 지울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겪은 광주를 한강 작가는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그려왔다”며 “지역민 나아가 국민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것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세계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텍스트를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10월 13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모진 박해와 투옥, 사형선고까지 받은 DJ의 정치 역정을 지역민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특히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DJ와 한강은 그렇게 소외와 아픔, 고통과 박해의 상징 ‘광주’를 세계에 알리며 용서와 화해의 정신, 그리고 아름다운 문체와 울림있는 서사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스웨덴의 한림원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